▲ 김용덕 편집국장

우리나라 삼국시대에 마셨던 술들이 약주나 막걸리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문헌상 ‘누룩’으로 담는 양조주였던 것만은 사실이다.

이 보다 앞선 고구려주나 신라주는 고대 중국에서 맛좋은 명주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당나라때 시인 이상은(李商隱)이 “한 잔 신라주의 기운이 새벽 바람에 수이 사라질까 두렵구나”하고 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 일본 고대 기록을 보면 일본에 술 빚는 법을 알려준 사람이 백제인 인번(仁番)이라고 나온다. 이래서 술의 역사는 꽤 깊은 편이다.

막걸리가 공식 문헌에 나오는 것은 고려때다.

이규보(李奎報)의 시에 “나그네 창자를 박주(薄酒-막걸리)로 푼다”는 대목이 나오고 이달충(李達衷)의 시에는 “뚝배기 질그릇에 허연 막걸리”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를 보면 예나 지금이나 서민의 술은 막걸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려때 시인 윤소종(尹紹宗)의 시를 보면 막걸리에 얽힌 시인의 쓰라린 가난을 알 수 있다.

“슬프도다 유월에 심은 조 익으려면 멀었는데 / 아이들은 병들어 나무뿌리 씹고 있다 / 천장을 보고 누워 한숨만 쉬고 있는데 / 아낙은 머리털 잘라 술지게미와 바꿔온다 / 그나마 쉬어서 먹을 수가 없고나”

여기에서 술지게미는 막걸리를 거르고 난 찌꺼기이다. ‘술’의 어원은 범어의 쌀이다. 쌀로 빚은 술을 뜻하는 ‘sura’에서 비롯됐다. 어원상 곡주(穀酒)을 뜻하며 막걸리의 조상인 셈이다.

곡주가 익어 청주(淸酒)와 술지게미로 나누기 이전에 막걸러서 만든 술이라해서 막걸리다. 문헌에는 탁주(濁酒), 백주(白酒), 박주(薄酒)라 불리웠다.

모주(母酒)라고도 불렸다. 이는 비운의 인목대비(仁穆大妃)에 연루돼 제주로 유배당한 대비의 어머니 노(盧)씨 부인이 술지게미를 재탕한 막걸리를 제주 사람들에게 나눠줬던 계기가 모주(母酒)로 불린 연유다.

이렇게 보면 너무나 한국적이고 서민적인 막걸리가 그 효능과 효과에 대해 연구 발표되고 있다.

즉 막걸리에는 수많은 효소와 유산균이 들어있다고 한다. 여기에 식이섬유까지 많다고 한다. 우리 몸에 안좋은 콜레스테롤은 낮춰주고 저혈당치는 높여주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니 변비 효과가 뛰어날 뿐 아니라 다이어트 및 피부미용에도 좋다고 한다. 한동안 이런 효과로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를 찾았다.

이런 때문일까. 우리 조상들이 이 막걸리를 약주(藥酒)라고 부른 것은 다 이런 이유를 간파했기 때문 일  것이다.

지금부터 5~6년 전만 하더라도 막걸리 예찬론은 사회적으로 컸었다. 공중파와 지상파에서도 막걸리 예찬론을 해댔다. 때문에 너도나도 막걸리를 마셨다. 소주는 안마셨던 여성까지 막걸리를 마셨다. 그러니 막걸리를 예찬할 수밖에....

특히 제주막걸리는 서울에서 제주에 온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여기에다 감귤막걸리까지 나와 그들을 유혹하고 있다. 물론 막걸리도 많이 마시면 소주처럼 취하기는 마찬가지다.

건강도 챙기면서 우리 고유의 막걸리를 이런 저런 옛 이야기를 나누며 벗들과 주거니 받거니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이제 사양길로 접어든 막걸리이지만 역사속 서민의 술, 애환의 술인 막걸리는 지금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낭만주요 아픔주요 행복 나눔주이다. 이 막걸리를 다시 찾게 할 명분이 다시 필요한 시점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