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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진과 실천하는 일
김광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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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3  10: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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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렬 시인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사람은 누구나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 그 청사진의 미래 구상이나 계획은 대체적으로 소나무처럼 푸르고 견고하다. 그럴 듯하고 멋있기조차 하다. 운치가 있고 격조가 높아 보이기까지 하다. 거기 두루미가 한 마리 넘실넘실 춤이라도 추다 감직하다. 허나, 아무리 내용이 알차고 미래지향적이고 격조가 높다한들 헛구호에 그친다면 그것은 차라리 없음만 못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가졌던 그 청사진에 대한 기대가 나중에는 낙담과 실망으로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어볼 것 없다는 속담이 딱 제격인 경우라고나 할까.

그러나 반대로 그 청사진이 정확히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박수를 보낼 만한 일이다. 공자가 말했던가. ‘아침에 도를 깨우치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말. 두말할 나위 없이 실천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아무리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천만 마디 말도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그것은 헌신짝과 다름없다. 단 한 마디 말일지라도 끝내 실천에 옮긴다면 그것은 천금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이 된다.

물론 실천에 옮기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안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안다. 막상 계획된 일을 실천에 옮기려 하면 그 앞에 여러 장애물들이 가로놓이거나 고의적인 훼방꾼들이 벌떼처럼 달려들기도 한다. 사회적 요인이라든지 정치적 요인이라든지 환경적 요인이라든지 더 나아가서는 개인의 사적인 욕망까지 작용하는 순간, 그동안 정성들였던 것들은 어이없이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대체적으로 사람의 습성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어떤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에, 그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마치 개과천선이라도 할 듯 변화와 개혁을 주장하던 사람도 그 위기의 순간을 벗어나면, 아니 정확하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그 순간부터는 자신의 안정(安定)에 순종해버리는 습성으로 고착화하는 경향을 지니게 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세살 때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인간의 습성에 있어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말이다.

얼마 전에 어느 공터에 갔다가 까치 두 마리가 땅에 내려앉아 다정하게 먹이를 쪼아 먹는 풍경을 본 일이 있다. 어느 순간 나무 위에 앉아있던 까치 한 마리가 그들 사이로 날아들더니 그 중 한 마리에게 구애를 했다. 부리와 부리가 뜨겁게 마주쳤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까치가 부리나케 달려가서는 침입자를 쫒아냈다. 두 눈이 허옇게 뒤집히고 날갯짓이 불같았다. 그 모습을 본 까치는 충격을 받았는지 아니면 변심을 했는지 구애를 한 수컷에게로 잽싸게 날아가 버렸다. 새들 살아가는 일조차 이처럼 복잡 미묘하다.

어느 누군가가 ‘그때 내가 그 일을 못한 것은 다른 어떤 이유가 있어서다’라는 식의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내가 그때 다 못하거나 제대로 못한 일을 이번에는 꼭 해내겠다’는 식의 말은 사람들을 호도하는 말이다. 앞으로 그것을 꼭 해내겠다는 말은 그 일이, 그 당시에 있어서도 대단히 중요한 것이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때 실천에 옮기지 못한 일을 앞으로는 실천에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가. 그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그때 부딪혀 헤쳐 나가지 못한 난관들이 갑자기 순탄해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아니, 미래사회는 더 크나큰 난관들이 앞에 가로놓여 있다. 사람들의 사회적 욕구는 더 강렬해질지 모른다. 실천해야 할 때 실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핑계거리를 예비하는 짓에 불과할 따름이다.

앞으로 누가 지방선거에 당선되든 초심을 잃지 않은 실천적인 행정을 펼쳐나가기를 고대해 본다. 앞서의 까치들처럼 흔들려서도 할 일을 못해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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