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덕 편집국장

우리 조상들은 관리가 되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사불삼거(四不三拒)라고 정했다.

조선의 관료들은 이 사불삼거를 불문율로 삼았다. 즉 관료로 재임 중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네 가지(四不)는 1. 부업을 하지 않고 2. 땅을 사지 않으며 3. 집을 늘리지 않고 4. 재임지의 명산물을 먹지 않는다.

꼭 거절해야 할 세 가지(三拒)는 1. 윗사람의 부당한 요구 2. 청을 들어준 것에 대한 답례 3. 경조사의 부조였다.

이 전통의 사불삼거의 정신은 각종 비리가 생겨나는 요즘 공직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정신이다.
공직사회 만 아니라 모든 사회생활의 기본 철학이기도 하다.

조선조 청송 부사 정붕은 영의정이 때가 아닌 때꿀과 잣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잣나무는 높은 산 위에 있고 꿀은 민가의 벌통 속에 있다’ 고 답을 보냈고 우의정 김수항은 그의 아들이 죽었을 때 무명 한 필을 보내온 지방관을 오히려 벌 주었으며 풍기 군수로 근무하던 윤석보는 부인이 시집 올 때 가져온 비단옷을 팔아 채소밭 한 뙈기를 산 것을 알고 그 직을 내놓았고 대제학 김유는 자신의 집 처마 몇 치도 늘리지 못하게 했다.

이렇게 멋진 부정청탁 금지 전통이 있지만 작금의 현실은 청와대를 비롯 정부, 국회의원, 검찰, 경찰 등 힘 좀 쓴다는 권력층에서 비리가 이어지고 있다.

안 좋은 것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잘만 안다는 어른들의 말, 사실이다.

인사 청탁은 기본이고 그에 걸맞는 향응은 물론 금품수수가 뒤따른다. 이런 뉴스가 저녁 9시 전국 방송되면 누구나 다 알게 되는데 문제는 그뿐이다.

일주일만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것처럼 구렁이 담 넘어가듯 다 넘어간다. 이게 우리네 현실이다.

이러니 우리네 전통 사불삼거의 정신은 소귀에 경 읽기다. 그치만 우리 조상들은 소도 말은 알아듣는다고 했다.

황희 정승이 밭 갈이를 하는 두 마리 소를 보고 어느 소가 더 밭을 잘 가는냐고 물었을 때 밭갈던 농부는 일부러 황희 정승에게 다가와 귀엣말로 대답했다.

이쪽 소가 잘한다면 저쪽 소가 섭섭히 여길 것이기 때문에 귀엣말로 답한 것이다.

이렇게 소도 인격화해주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야말로 배워둘 지식이 아닌 삶의 지혜인 것이다.

소를 축생(畜生)이라 부르지 않고 노비와 똑같은 호칭 생구(生口)라 불러 인간화했다는 점은 더욱 그렇다.

마소를 친다는 뜻인 목(牧)에 백성 민(民)자를 붙여 백성 다스리는 것을 목민(牧民)한다고 했다.
가히 존경받아야 당연한 우리 조상들이다. 머리가 절로 굽어진다.

우리 한국문화는 하나의 자루와 같다. 대륙을 흘러흘러 머물렀다가 다시 흘렀던 각종 문화가 결국 이 자루속에 들어가 얽히고 설켜 절충하고 융합해 곰삭은 것이 바로 한국문화라고 말한다. 싫다고 잘라내고 쓰다고 뱉어내고 밉다고 밀쳐내지 못하는 그런 자루속의 숙명, 그게 우리문화다.

우리나라는 무속 등 모든 문화가 시대에 절충해가며 명맥을 이어왔다. 포용이라는 자루속에 있는 각종 문화생태가 마치 김치가 익듯, 간장 된장 익히듯 전혀 처음과는 다른 맛을 내는 발효문화이기도 하다. 그 그림이 마치 수채화처럼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