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중 제주대 교수

동물애호론자들 중심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시위가 종종 벌어진다.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많아지고,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동물복지라는 단어도 새롭게 등장했고, 이를 실천해 사육한 가축은 복지를 고려하지 않고 대량생산한 가축에 비해 훨씬 비싼 가격에 시중에서 유통된다. 육식을 즐겨하는 사람을 ‘짐승’이라고 비꼬아 부르며 사람 취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학회 발표 등으로 인해 해외 출장을 다니다보면 비행기 안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항공편을 예약할 때부터 채식주의자(vegetarian)의 경우에 따로 표시할 수도 있다. 채식주의자는 육류와 어류를 먹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고, 이들 중에는 동물 애호론자가 많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도 쥐 등을 대상으로 많은 동물실험이 이뤄지다보니 실험에 사용한 동물의 죽음에 대한 위령제를 1년에 한번 씩 지내는 것이 신문 기사로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식물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식물 복지, 식물애호론자, 반려 식물, 식물 실험 반대라는 용어를 일상 생활에서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된 화랑(花郞)의 세속오계(世俗五戒)의 하나인 ‘살생유택(殺生有擇)’도, 불교평론에 실린 글을 보면 불교에서의 ‘불살생(不殺生)’의 계율도 식물보다는 주로 동물에 적용되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노아의 홍수 이전에는 채식만 하고, 제사의 도구로만 사용하다가, 죄악으로 인해 홍수가 있은 후에 육식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셨다고 한다. 식물의 생명보다 동물의 생명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게 된다. 왜 그럴까? 사람도 동물인데다가 동물은 소리를 내어 의사소통하고, 운동할 수 있으며, 다양한 반응으로 아파한다. 반려 동물로서 함께 살아온 역사도 길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동물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하는 것같다.

식물도 아파한다. 식물도 토양에 고착돼 있는 상태에서 고통을 주는 요인으로부터 회피하기도 한다. 식물도 고통이 주어지면 아픔의 표현을 한다. 하나의 식물에서 한 부분이 아프면 다른 부분에 그 아픔을 전달하기도 한다. 동물과 식물은 단지 그 체계가 다를 뿐이다. 심지어 식물도 동물의 신경전달처럼 전기적 신호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박테리아마저도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고통의 표현을 한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의 감각기관으로만 인식하던 것에서 현재는 이전 기술로는 검출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미미한 양이나 강도의 특정 신호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식물에서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반응과 표현을 한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다. 식물의 잎 하나를 떼면 식물도 아파한다.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토마토 등을 재료로 해 실험수업을 지도하는 경우에 학생들에게 가장 실망할 때는 식물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죽이는 경우다. 개미 한 마리를 발견하면 피해서 걷지만, 작은 풀이 보이면 상관없이 밟는다. 로드킬(road kill) 당한 동물을 보면서 슬퍼하지만, 말라 죽은 풀을 보면서는 슬퍼하지 않는다. 만약 쥐나 토끼를 가지고 실험을 하다가 자기가 잘못 관리해서 죽였으면 죄책감을 갖지만, 식물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동물은 살아있는 채로 먹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만, 식물은 살아있는 채로 먹기도 한다. 실험이 기본인 연구자이지만, 아무런 쓸모없이 죽어나가는 식물을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게 만든 나 스스로에 대해서 화가 나기도 한다. 윤동주의 ‘서시’에 있는 문구인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처럼 동물애가 아닌 창조주가 아름답게 지은 모든 생물체에 대한 ‘생명애(biophilia)’가 상식이 되는 날이 속이 오기를 고대한다. 올해는 윤동주 시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출간된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