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덕 편집국장

우리 옛 부녀자에게 대대로 내려온 내훈(內訓)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임강(臨江)의 사슴이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중국 당나라 때 학자 유종원(柳宗元)의 삼계(三戒)에서 비롯된 ‘자녀 기르는 슬기’ 가운데 하나다.

임강에 사는 한 사람이 사냥을 갔다가 사슴새끼 한 마리를 잡아 왔다. 같이 데리고 간 사냥개들이 으르렁 댔지만 주인은 그런 개를 꾸짖고 내쫓으며 사슴새끼를 안고 끼고 애지중지 길렀다. 그러자 개들도 주인 눈치를 보며 사슴새끼에게 비굴하게 굴며 엉켜 놀 때는 일부러 나뒹굴어 주곤 했다. 그러는 사이 사슴새끼는 유아독존(唯我獨尊)이 됐다.

이 사슴은 이렇게 집안에서 3년이나 길러진 후 어느 날 밖에 나갈 일이 생겼다. 집 밖에 나갔더니 길거리의 많은 개들이 으르렁대며 달려들었다. 이 사슴은 개들이 자기랑 놀아줄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길거리의 개들은 “별 꼴 다 보겠다"는 듯 사슴에게 달려들어 물고 뜯었다. 사슴은 결국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갔다. 그 와중 속에서도 사슴은 개들이 자신을 물고 뜯는지에 대해 “왜 그러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서서히 죽어갔다.

자녀에 대한 과보호의 결말이 바로 ‘임강의 사슴’이다. 부모들이 깊이 새겨야할 경고다.

“오냐 오냐” 하고 기른 자식은 집에서 떠받쳐주는 대장일지 모른다. 그러나 밖에 나가면 ‘누구나 똑같은 한 사람’에 불과하다.

이왕 나온 말이니 누구나 갖고 싶고 가지고 싶은 ‘마음의 소’이야기를 해보자.

조선 선조 때 명상(名相) 정탁(鄭琢)이 젊었을 때 일이다. 벼슬을 하게 돼 스승인 조식(曺植)에게 가서 하직 인사를 올렸다. 그러자 그의 스승 조식은 “내 집에 소 한 마리가 있는데 갈 때 끌고 가게나”라고 했다. 정탁은 스승의 집에 소가 없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는데 스승의 소를 끌고 가라는 말에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그러자 스승이 말하길 “자네의 언어의 의기가 너무 민첩하고 날카로우니 날렌 말과 같다. 말은 타고 가다 넘어지기 쉬우니 더디고 착실한 것을 참작해야 비로소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네”라고 했다.

한마디로 스승 조식이 준 것은 실제 밭을 일구는 소가 아닌  ‘마음을 일구는 마음의 소’였다.

정탁은 이 ‘마음의 소’를 항상 끌고 다니며 처세했다. 때문에 과분한 정승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제자들에게 말하며 이 ‘마음의 소’를 물려 가질 수 있도록 유언했다고 한다.

이 얼마나 현명한 가르침인가.

제자의 깨우침을 위해 직접 말하기 보다 우회적으로 표현한 스승 조식의 ‘마음의 소’ 가르침을 얻은 정탁의 후일 행실과 마음 씀씀이도 본받아야 할 우리 조상들의 큰 울림이다. 절로 머리가 숙여질 뿐이다.

이 마음의 소는 작금의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기본 철학일 것이다. 우리네 조상들의 반듯한 정치 철학을 이어받아 깨끗한 정치 1번지가 국회에도 나오면 좋으련만...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가정에서 나온다. 즉 부모의 훌륭한 가름침이 아이들을 반듯하게 키운다.

이런 반듯함이 세상 살아가는 염치(廉恥)의 자양분이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흐르는 물은 아래로 내려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