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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다의 사상
나기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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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0  13: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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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기철 시인

그리던 터키 그리스엘 다녀와 일주일이 지났는데 지금도 자주 떠오르는 장면이 몇 개 있다.

터키는 국민의 거의가 이슬람 신자여서 여자들은 머리에 히잡을 쓴다. 히잡이란 ‘가리다, 숨기다’의 뜻을 가진 동사 ‘하자바’에서 왔다 한다. 이것은 <코란>에도 언급돼 있는 오래된 이슬람 전통 복장이다. 여성의 머리카락을 남성을 유혹하는 도구로 여겨 외부로 손과 얼굴만 노출한다.

인솔을 한 오랜 친구 김대용은 스물여덟에 카타르로 가 거기 국립 경찰의 유도 사범을 하고, 카타르대학을 마친 뒤 마흔이 돼 고향에 돌아왔다. 이즈음 제주에 온 예맨 난민 문제에 함께 하고 있는데 이슬람에 대한 편견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터키의 어디를 가도 여자들이 각양각색의 히잡을 쓰고 있고, 그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예전의 검정, 흰색 같은 단조로운 색상에서 벗어나 각자의 취향에 맞는 색상과 디자인을 하고 있다. 그래 나는 터키에 머무르는 동안 그걸 모르게 사진 찍으려 애를 쓰기도 했다. 여자들은 짙은 눈썹, 검고 맑은 눈망울, 오똑한 코, 맑은 살결.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가리니 오히려 얼굴이 또렷이 드러났다. 무늬가 새겨지기도 한 각각의 빨, 주, 노, 초, 파, 남, 보의 여러 색깔과 만나 참 예뻤다.

터키 중부 카파도키아의 비둘기계곡에 갔을 때, 그 부근 길가에서 악세서리를 파는 아낙의 모습이 좋아 사진을 몰래 여러 장 찍었다. 키가 좀 큰 시골 여인인데 머리에 수수한 히잡을 쓰고 또 수수한 치마를 입어 더 아름다웠다, 누가 깎아달라는 말에 은은히 웃던 그녀의 맑은 눈이 지금도 생각난다. 그 여인의 히잡은 영락없이 예전 우리 어머니들이 머리에 쓰던 수건과 비슷했다.

고대 도시 에페소에서 나와 차를 달릴 때 문득 나타난 에게 해의 모습이 지금도 뚜렷하다. 그리스 남쪽과 터키 사이, 크레타 섬 북쪽의 바다. 장 카르팡티에와 프랑수아 르브룅의 『지중해의 역사』에도 고대로부터 이 바다를 두고 벌인 투쟁의 역사가 빽빽하다. 이 섬들이 무척 많은 바다는 지중해에서도 멀리 들어와 있어 또 다른 영감을 일으킨다.

에게 해가 내 앞에 왔을 때 그 물빛은 암녹색이었다. 차를 타고 가다 문득 만난 그것은 유월 말의 주욱 늘어진 분홍 유도화, 주황색 지붕의 인가들, 풍력 발전기 팔랑개비들과 어우러져 시를 불러왔다. 피 멀리 가버린 색깔들.

『지중해의 역사』 뒷부분에는 세잔이 1870년대에 생트 빅투아르 산에서 에스타크까지 매우 정밀하게 구성된 지중해를 발견했으며,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소나무는 마치 고문받는 듯하고, 석회암의 흰 색은 몹시 건조하게 느껴지며 파란색의 바다와 하늘은 고요하면서도 단단한 질감을 준다며 예술에 대해 말한다. 이 장황한 역사서에 마치 적선이라도 하듯 두어 페이지에.

20세기 초반 브라크, 드랭, 마티스, 피카소, 클레 등의 화가가 새로운 풍경을 창조해냈고, 지중해에 대한 사상을 만들어냈으며, 소설가와 시인들이 차례로 그 사상에 매료됐다고. 그래 지중해는 배경에서 독립적인 주체가 됐다고. 니체, 발레리, 지드, 카뮈.

저 검푸른 제주 바다는 여기 예술가들에게 무엇을 주어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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