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시든 오랫동안 보존하고 싶은 소중한 건물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54년 전 건립된 제주시민회관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1964년 당시 초현대식 건물로 건축된 제주시민회관은 문화예술의 전당이면서 체육관과 각종 기념식 등 다양한 행사장으로 활용돼 왔다. 사실상 제주문화·체육의 산증인인 셈이다.

히지만 지금은 건물을 철거하느냐, 보존하느냐의 문제를 놓고 고민하게 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철거를 주장하는 쪽은 침체된 원도심의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형태의 복합시설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아예 지금의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건축하자는 것이다. 심지어 주택난 해소를 위해 아파트를 짓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보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와 시민들은 1960~80년대 제주문화와 체육발전에 기여한 유일한 시설물인데 철거해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과거가 없는 현재가 존재하지 않듯 어려웠던 시절 시민의 사랑을 받았던 문화공간을 보존하는 일은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몫이자 후대를 위한 의무이기도 하다.

물론 시민회관 건물이 낡아 계속 보수공사를 해야 하고 유지관리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민의 숨결이 담긴 지난날의 흔적을 지워버리는 것보다 보존으로 인한 가치가 얼마나 클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설사 보수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더라도 최신 공법을 동원한 수리를 통해 다양한 시민휴식 공간으로 재활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아울러 제주시가 오는 20일 개최하는 ‘시민회관 활성화 방안 타당성 조사 및 기본설계 용역’ 주민설명회 역시 철거가 아닌 보존을 통해 다양한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야 한다. 후대들도 이곳에 빌딩이 들어서는 것보다 역사가 살아 숨쉬는 문화공간의 존치를 더 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