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은 오는 10월 제주해군기지에서 개최하려는 국제관함식 행사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이미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국제관함식 제주개최를 반대하고 있고, 제주도의회 의원들도 그제 ‘제주해군기지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촉구 결의안’에 서명했다. 전체 도의원 43명 전원이 서명한 결의안이어서 내일 본회의 채택이 확실시 된다.

해군의 위상을 드높이는 국제관함식의 중요성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나 그동안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과 마음의 깊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국제관함식을 이곳에서 개최하겠다니 주민과 도민이 수긍할리 만무하다.

특히 일방적으로 해군기지를 건설한 해군은 공사를 방해했다는 등의 이유로 구상권까지 청구해 주민들을 두 번이나 울렸다. 뿐만아니라 많은 주민들이 공사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나마 ‘과정의 공정’과 ‘결과의 정의’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주민의 뜻에 반(反)하는 정책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믿어온 주민들로선 여간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제관함식은 해군 군함의 장비와 전투태세 등을 검열하는 해상 열병식이다. 국가원수 등이 해군함대를 사열하는 의식으로 주로 외국군함을 초청한 국제행사로 치러진다. 올해 국제관함식은 1998년, 2008년에 이은 세 번째 행사로 10년마다 열리고 있다. 해군은 올해 국제관함식도 2008년때 처럼 부산에서 개최해야 한다.

해군의 입장에서는 새로 건설된 제주해군기지에서 행사를 열고 싶을 테지만 현지 주민과 도민의 대의기관인 제주도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행사를 개최해선 안 될 일이다. 지금은 해군이 해군기지 건설 강행으로 공동체가 무너지고 갈등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강정마을 주민의 아픔을 보듬어 치유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