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표 박사

2018년 7월 7일, 행운의 숫자라는 7이 반복되던 날에 있었던 한 사건을 돌아본다. 불행 중 찾아온 행운이었을까? 성산읍의 한 폐가에 방치돼있는 서른세 마리의 개들이 관광객의 제보로 ‘제주동물친구들’에게 구조됐다. 동네주민들 말로는 집에서 나와 돌아다니는 개들은 그나마 밥이라도 얻어먹고 다니지만 집안에 갇혀있는 개들이 걱정이었다고 한다. 경찰의 도움으로 폐가의 집안을 확인한 제주동물친구들은 처참하게 감금 방치돼있는 서른세 마리의 개들을 구조하고 동물보호법 14조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에 긴급보호조치했다. 센터장에게 특별관리를 위한 봉사진 투입을 허락받은 제주동물친구들은 자원봉사팀을 꾸려 매일 두세 시간씩 목욕, 미용, 건강체크를 하며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다. 도대체,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이 아이들을 감금하고 방치해둔 것일까? 산모개와 어미개들 그리고 젖먹이 아기강아지들이 감금방치돼 있던 폐가는 혹시 사람들에게 귀여운 분양견을 공급하기 위한 생산터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단순히 중성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늘어나는 강아지들을 어찌하지 못해 벌어진 사태였을까? 경찰은 사태의 진상을 조속히 밝혀내고 행정은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강구하는 데에 소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8년 4월 12일, 용강동에서도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제주특별자치도 동물보호센터 바로 옆에서 한 남자가 구덩이를 파놓고 슈나우저 개 두 마리를 쇠몽둥이로 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목격한 김씨가 멈추라고 소리를 지르자 개를 데리고 도주했고 현장에는 쇠몽둥이와 삽이 발견됐다. 사건은 14일에 동부경찰서 지능수사팀에 배당됐다. 15일 사건 현장에서 멀지 않은 제주영주고등학교 근처에서 고사리를 채취하던 사람이 사건의 피해견으로 추정되는 슈나우저를 발견했다. 구조 후 진단 결과 두개골이 골절되고 왼쪽 눈과 귀가 심하게 손상되고 탈수가 심한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조사 결과, 학대자는 제주시내에서 20년 넘게 애견용품샵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남성으로 밝혀져 검찰로 송치됐고, 검찰은 법원으로 약식기소했다. 제주동물친구들 소속 회원들은 약식재판이 아닌 정식재판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며 법원앞에서 1인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도대체 애견업계에 종사하며 애견가임을 자처하던 이 사람은 왜 그런 학대를 자행하게 된 것일까? 경찰조사에서 그는 자기 가게에 맡겨놓고 1년 넘게 찾아가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 것이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했다는데, 주인은 왜 어느 애견가게에서 분양받았을지 모르는 이 아이들을 도로 애견가게에 방치했던 것일까?

두 사건 모두 방치의 문제다. 방치와 학대의 구조적 문제는 동물판매다. 인간의 놀이를 위해 장난감으로 도구화된 애견문화다. 개나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을 인간의 장난감으로 장식품으로 대상화하고 상업화하는 애견문화가 생명의 가치를 무시할 수 있음을 두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다. 1년 전에 알게 된 한 사람이 함께 살고 있는 한 남자를 자신의 반려동물이라고 페이스북에 소개하는 것을 보며 당황했었다.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반려동물이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어 생각해보고 있었는데, 지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같다.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약속하고 옆에서 서로를 지켜주고 사랑하는 사이, 평생의 반려자라는 표현에서 글자 하나를 동물로 바꾸었을 뿐인데, 왜 그렇게 당황스러웠던 것일까? 사람은 동물이 아니라는, 동물에서 사람을 구별해내고 동물을 차별하는 인간중심주의의 인식이 뿌리 깊었던 탓이었을 것이다.

사람은 동물이다. 동물적 본능이라는 말이 간혹 폭력성을 표현하는 맥락에서 사용되기도 하지만, 동물의 세계에는 측은지심과 생명을 향한 연민이 존재한다. 사냥을 마친 사자가 사냥감의 뱃속에 살아있는 새끼를 보고 어찌할 바 모르고 괴로워하는 것처럼. 생존을 위한 폭력의 한 가운데에서도 생명에 대한 연민은 남아있게 마련이다. 동물에 대한 생명존중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동물에 대한 대상화와 수단화가 멈추어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