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중 제주대 교수

생명이란 무엇인가?(What is Life?) 나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가지고 있는 의문이면서 아직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질문이다. 생물학, 생명공학을 연구하고 교육하면서 ‘생명’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때로 자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모르겠다고 고백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종교에 따라, 역사적 배경에 따라, 지식의 축적에 따라 생명을 정의하는 것이 달라져 왔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인간에게 던져진,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해 종교, 철학 등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제시되는 대답도 다양하다. 나도 종교를 가지고 있고, 대학 시절에 배우고 토론을 통해 확립된 일종의 개똥 철학도 가지고 있어 생명에 대해 내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만, 생물을 연구하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생명은 생물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생물은 무생물과 다르게 물질대사가 일어나고, 세포로 구성돼 있으며,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고,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외부 자극에 대해 반응하기도 하고,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형태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생명 현상의 특징을 나타내는 모든 물체는 생물체일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음으로 인해 앞에서 열거한 특징이 과연 생물만이 가지는 공통점이냐고 확언하는 것은 어렵다. 바이러스(virus)나 비로이드(viroid)는 생물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서 숙주세포 내에서라는 한계가 있지만 유전자 발현 과정과 복제 과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생물체인가? 과학자에 따라서 이야기하는 것이 다르기도 하지만 ‘모든 생물체는 세포로 이뤄져 있고, 세포는 세포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세포학설이나 생물속생설을 지지한다면 바이러스나 비로이드는 생물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바이러스는 단백질과 핵산으로 이뤄진 복합체이고 비로이드는 핵산으로만 이뤄진 병원체일 뿐이다. 많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지만, 사라지고 있는 질병인 소해면양뇌병증(일명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prion)도 증식이 일어나는 것 같지만 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일 뿐이다. 영생불멸을 꿈꾸며 자비를 들여 냉동 인간 상태에 있는 사람은 죽어서 더 이상 생물이 아닌가? 아니면 여전히 생물인가?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생물을, 생명 현상을 분자 수준, 원자 수준까지 분석하면 생물이 무엇인지, 생명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 생명과 죽음의 경계,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이기에 사람들은 신으로부터 생명의 정체성을 찾거나 생물도 무생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여러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나는 생명을 가지고 있는 물체는 그렇지 않은 물체와는 무언가가 다른 것이 있다고 믿는다.

모든 생물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 생명이라는 현상의 끝을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생명은 고귀하다. 어떤 생물체도 이 세상 가운데 그냥 존재하는 것은 없다. 그 생명을 가지고 있는 물체가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무더운 더위도, 온난화를 통한 전지구적인 기후 이상도 생물에게는 자기가 나타내던 생명 현상을 바꿔 적응하거나 서식지의 이동 등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각 생물이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변화는 생물로 하여금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러기에 전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만나 온난화가 진행되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모여서 국제적인 규약도 만들기도 한다.

생명(삶)과 죽음을 가르는 그 순간이야말로 찰나의 순간이다. 그 찰나의 순간에 나는 어떨까? 죽음 이후에는 영생이 있을까? 환생이 있을까? 아니면 영원한 죽음만이 있을까? 영원히 풀지 못할 수수께끼라도 죽기까지 풀어야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