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덕 편집국장

예부터 ‘사람 됨됨이’는 중요시 했다. 고대 중국 진나라 재상이자 진시황의 아버지 여불위(呂不韋)는 사람을 보고 쓰는 방법으로 육험론(六驗論)이 있다. 이 방법은 중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사람을 판단하는 기본적인 규범이 됐다.

여섯가지 규범의 첫째는 그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서 그에 얼마나 빠져드는가를 보고 둘째는 그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서 얼마나 자제하는가를 보며 셋째는 그 사람을 괴롭히고서 얼마나 참아내는가를 보고 넷째는 그 사람을 두렵게 해놓고서 얼마나 나타내지 않는가를 보며 다섯째는 그 사람을 슬프게 해놓고서 얼마나 삭이는가를 보고 여섯째는 그 사람을 성나게 해놓고서 얼마나 개의치 않는가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자극을 주고서 그 자극에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일수록 쓸모없는 사람이요, 그 자극을 자제하는 사람일수록 쓸모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한마디로 양은냄비 물 끓듯 얄팍하지 말고 돌솥 물 끓듯 묵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진리다. 그만큼 쉽게 움직이지 말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며칠 전의 일이다. 노년층의 한 신사가 술을 마시고 나오다 실수로 옆 테이블과 부딪쳤다. 그 테이블에는 젊은이들이 모여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한 젊은이의 술잔이 엎어졌다. 노년의 신사는 미안하다는 눈짓의 인사를 보냈지만 그 젊은이는 서로 싸우기는 상대방의 나이가 많게 보였는지 “에이 씨발, 눈은 어디다 두고...”하며 퉤하고 침을 바닥에 뱉음과 동시에 엎어진 술잔을 바닥에 던지며 깨버리는 것이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 중년의 신사가 버스가 오자 뒤로 물러서면서 한 젊은이의 발을 밟았다. 그러자 그 청년은 발을 밟혀서 기분 나쁘다는 인상을 쓰면서 침을 뱉으며 바로 옆에 있던 철제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차는 것이었다.

이 같은 젊은이들의 행위는 무고한 술잔이나 쓰레기통을 매개체로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간접폭행한 것이나 다름없다.

누가 젊은이들의 이런 행동을 보고 비판하지 않겠는가.

모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보다 더 착한 젊은이들이 많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주는 아름다운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는 이때 이런 젊은이들의 행태는 욕먹기 딱 좋다.

점점 더 도시화돼가는 현대사회에서 이기적 자기를 보호하려는 방위본능이 가시를 돋게 해 서로를 찌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현대인을 가시가 숭숭하게 몸에 박힌 고슴도치에 비유한 것은 철학자 키르케고르다.

사람 됨됨이는 어릴 적 몸 가짐이 커서도 그대로 몸에 배어 나오는 것이다. 한마디로 염치(廉恥)를 알아야 한다.

부끄러운 마음을 아는 것, 즉 무엇이 부끄러운지를 알아야 사람이다. 윤동주시인의 시처럼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에 가슴저려하는 그런 사람이 되길 소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