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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속의 영원
나기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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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7  15: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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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기철 시인

시청 부근에 카페가 하나 더 생겼다. 지나가다 길옆에 새 카페가 눈에 띄어 들어가 보니 2, 3층도 있고 벌써 몇 달이 됐다 한다. 치장을 별로 안 해서 몰랐다. 주문한 얼그레이 차를 들고 올라가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2층 창가에 앉았다. 이제 이 부근에서 방황하는 내 영혼이 자리할 데가 하나 더 늘었다.

가방에 넣고 다니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자 했는데 왠지 집중이 잘 안될 듯해 오랜만에 단전호흡을 해 본다. 뱃속 깊이 산소를 들이켜니 심신에 활기가 솟는 것같다. 이 호흡은 화두선, 염불, 절 수행, 기도처럼 대상에 집중하는 명상이다. 예전 힘들었을 때 우연히 국선도 단전호흡을 만나 덕을 많이 봤다. 그걸 간헐적으로 해 오고 있다. 단전호흡과 기도는 내게 맞는 명상이어서 이걸 하고 나면 기분이 괜찮아졌다.

요즘 부처님 당시 수행법인 위빠사나, 즉 마음챙김 명상을 자주 하려 하고 있고, 띄엄띄엄 구입한 책도 여러 권이다. 이것은 순간순간 마음을 조절하는 데 아주 좋다. 현재의 나를 알아차림으로써 삶을 밀도 있게 하는 수행법이다.

우리는 평소에 너무 과거와 미래에 얽매어 살아간다. 현재 순간순간에 충실하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된다. 가버린 과거를 떠올려 괴로워하고 오지 않은 미래를 두려워한다. 마음챙김은 현재에 집중하게 한다.

얼마 전 캔 월버의 『무경계 No Boundary』란 책을 읽었다. 우리는 현재가 과거와 미래 사이에 낀 것으로 여기지만, 우리에게는 늘 현재만 있다는 것이다. 영원이라는 것도 현재 속에 있고, 일상에서도 시간의 정지를 느끼는 그런 순간이 바로 영원이라고 말한다. 경계를 허물라고 한다.

기억으로서의 과거와 예견으로서의 미래가 언제나 현재경험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뒤쪽과 앞쪽의 경계는 사라진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더이상 가둬진 순간이 아니라 모든 시간을 채울 만큼 확장된다. 그리하여 ‘스쳐가는 현재’가 ‘영원한 현재’로 펼쳐진다. 현재 안에 세상의 모든 시간과 공간과 함께 우주가 존재한다. 이런 현재가 바로 기독교 신비가들이 눙크 스탄스라고 부르는, 무경계의 순간이라는 것이다.

시인은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 노래한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담장을 보았다/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화분이 있고/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눈물이 메말라/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꽃철책이 시들고/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그래 우리는 늘 현재에 사는 연습을 해야 할 것같다. 우리의 온갖 번뇌는 그러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

나는 늘 ‘나’라는 이 유한한 존재 이후의 영원한 시간에 대해 두려운 느낌이 컸었다. 파스칼의 『팡세』에 나오는 ‘저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두렵게 한다. 내가 왜 저기 있지 않고 여기 있으며, 그때 있지 않고 지금 있는지.’

캔 월버의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에서 많이 나오게 된다.

자애 명상도 있는데, 예전에 했던 실바 마인드 컨트롤처럼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을 자주 상상하는 것이다. 타인에게 따스한 미소와 말, 보시하는 모습, 타인들과 조화롭게 지내는 모습….

이런 명상들을 자주하며 나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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