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등 선진관광지들에서 배울 점은 관광자원이 될만한 곳은 이용에 불편이 따르더라도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다. 한예로 주요 관광지 도로는 국내외 관광객을 태운 수많은 관광버스들이 통행하지만 대부분 편도 1차선(왕복 2차선) 도로로 돼 있다. 도로 확장 비용이 많이 소요돼서가 아니라 오래된 도로를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면 도로변의 숲 등 아름다운 주변 환경이 사라져 관광지의 가치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이달부터 구좌읍 송당리 대천동사거리에서 비자림로를 지나 금백조로 입구까지 약 2.9km에 이르는 구간 왕복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넓히는 공사를 시작했다. 이 도로는 10여년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에 선정된 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도로가 됐다.

도대체 전국적으로 이름 난 아름다운 도로를 그대로 잘 보전할 생각을 하지 않고 도로변에 빽빽이 들어선 수 십년된 수 천 그루의 나무를 베어내 도로를 넓히려는 발상이 어디서 나왔는지 개탄스럽다. 이미 수 백 그루의 삼나무가 무참히 잘려나갔다. 그야말로 허가받은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도로 확장으로 인해 베어질 삼나무는 약 2400여 그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무를 베어내는 데에만 약 6개월이나 소요될 전망이라니 기각 막힐 따름이다.

원희룡 지사는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를 도정 목표로 삼고 있다. 왜 사람보다 자연이 먼저 들어갔는지 궁금하게 생각하는 도민이 많을 것이다. 아마도 제주의 힘은 바로 자연이므로 자연을 사람에 앞서 제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싸한 구호만으로 천혜의 자연과 아름다운 경관이 보전되는 게 아니다. 원 도정은 비자림로 삼나무 숲길 확장 공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래야 자연과 사람(관광객)이 지속적으로 공존하는 제주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