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창준 객원논설위원

서울특별시가 공공 자전거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따릉이' 안전모(헬멧)를 무료로 빌려준 지 나흘 만에 절반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나 뒷 마음이 씁쓸하다. 시는 지난 7월말 영등포구 여의도 따릉이 대여소 30곳에 안전모 858개를 비치했다. 오는 9월 28일부터 안전모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한 사전 서비스였다. 그러나 시행한지 나흘 만에 점검해보니 404개(47%)가 분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의 양심을 믿고 시작한 공유경제 서비스가 흔들리고 있다. 여의도지역 따릉이 안전모 무료 대여는 한 달짜리 시범사업이다. 따릉이를 빌릴 때 별도의 대여 절차 없이 안전모도 바로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다. 안전모는 자전거 바구니에 두거나 보관함에 비치해뒀다. 반납할 때는 자전거 바구니에 두거나 가까운 보관함에 넣으면 된다. 그러나 따릉이 이용자가 아닌데도 안전모를 가져가거나 쓰고도 돌려주지 않는 사례가 잇따랐다. 시 예산이 줄줄 세거나 낭비되는 현장의 한 모습이다.

서울시는 당초 따릉이 안전모에 태그를 부착해 위치 추적과 신원 확인이 가능한 대여·반납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고려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한 해 통신비로만 12억원이 더 들게 돼 별도 장치 없이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공공 시민의식을 믿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안전모 분실률이 높게 나오면서 무료 대여사업을 아예 폐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단다. 이런 하찮은 공공물건도 수없이 사라지는 판에 좀 더 값비싼 물건을 비치했다면 어땠을까. 예로부터 ‘바다는 매울 수 있어도 사람의 욕심은 못 매운다’는 말이 실감난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앞둔 시점에 정작 시민공동체 의식은 후진국 문턱에 걸려 넘어서 있다.
따릉이 안전모와 같은 ‘공유 경제’ 실패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책, 우산, 상비약 등 함께 나눠쓰자고 시작한 서비스가 상당수 시민 때문에 폐지된 경우가 많다. 대전시는 지난 2014년 자전거 안전모 300여개를 엑스포 시민광장과 무역전시관 등지에 있는 대여소에 배치했지만 두 달도 되지 않아 90%가 사라졌다. 서울교통공사도 양심도서관 13곳에 책 1300여 권을 비치했지만, 이 중 9곳의 회수율이 3%대에 그쳐 운영을 중단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또 지난해 5월 지하철 5~8호선 35개 역에 반창고, 생리대 등을 비치하고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이 불필요하게 너무 많이 가져가는 바람에 시범 운영 6개월 만에 사업을 중단하고 말았다. 이런 현상은 공공시민의식과 공유시스템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연유한다.

공공의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마음이 조금씩 모인 것이 선진 사회다. 무엇보다도 공중도덕이 시민들 사이에 자연히 발양돼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공중도덕의 가치’를 우리 사회구성원들에게 고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공중도덕은 공덕(公德)·덕의(德義)로 줄여 말하기도 한다. 인간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생활을 해나가려면 그 사회가 요구하는 제도 및 제약을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 거기에는 질서행위·도덕규범·윤리·법률 등 여러가지 사회적 준칙들이 요구된다. 이것들을 포괄적으로 공중의 도덕이라고 말한다.

사회규범 준수의 정신은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근대 민주사회에서의 공중질서 준수를 비롯한 도덕의 근본교육은, 책임과 의무를 중점으로 삼는 도덕교육이다. 인간존중과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교육, 더 나아가 공동생활의 가치의식을 고취시키는 차원에서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공중도덕=상식선’(常識線)이란 평범한 가치기준이 우리 공동체를 자연스레 형성할 때, 우리 세상은 보다 살맛나는 곳으로 탈바꿈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