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폭염과 가뭄으로 농경지와 함께 농심도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그제 오전 곳곳에 국지성 소나기가 내렸으나 산간(성판악 51.5mm, 산천단 29.0mm 등)과 제주시 일부지역(41.1mm)에 집중됐다. 특히 당근 주산지인 구좌읍과 성산읍 등지에는 조금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 농민들은 비구름이 빗겨가는 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딲아냈다.

제주도는 가뭄이 계속되자 한발용수 개발사업비 등 예비비 9억6900만 원(국비·지방비)을 농가에 긴급 투입하고 있다. 이 돈은 양수기 87대, 이동식 관수시설 423ha, 이동식 물 저장조(물빽) 172개, 송수호수 5.2km 등 급수장비 구입과 급수차량 398대 임차비 등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정도의 지원 만으로는 파종한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없다.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등 월동채소는 도내 농가의 주소득원이다. 농가들은 지난달 말까지 파종 적기에 비가 내리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바짝 마른 땅에 씨앗을 묻었다. 그러나 앞으로 일주일 정도가 고비다. 이 기간에 비가 오지 않으면 당근 등 채소류가 정상적으로 싹을 틔울 수 없게 된다.

제주도는 예비비 지원 만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지금 농가에 절실한 것은 급수장비 만이 아니다. 물을 가져와 농경지에 뿌려줄 급수인력 지원이 시급하다. 한국농어촌공사, 각 소방서, 군부대 등 유관기관과 협력체제를 유지하면서 제주도 산하 공무원들을 대거 가뭄 극복 현장에 동원해야 한다.

더욱이 농촌 인구의 고령화 현상으로 평소에도 농삿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뭄이 극심할 때, 일손이 부족해 수확 시기를 놓칠 때 실의에 빠진 농가를 돕는 일은 공무원들의 오래된 관행이자 미풍양속이다.

제주도 본청과 양 행정시는 날짜별로 급수지원조를 편성해 많은 공무원을 농작물 급수작전에 내보내야 한다. 공무원들은 이번 기회에 또다른 공복의 진면모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