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처럼 자연을 훼손하는 관광개발 정책이 지속될 경우 아늑하고 쾌적한 제주의 자연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크게 실망한 나머지 제주관광을 외면하고 말 것이다. 아름다운 해안은 숙박시설, 음식점, 카페 등 각종 관광객 이용시설이 넘쳐나고 있고, 원시적 환경인 오름 주변과 중산간 지대도 호텔 등 관광객 이용시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반드시 보전하고 보호해야 할 환경마저 관광시설로 잠식되고 있다.

더욱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비자림로의 수 십년 된 삼나무들이 도로 확장을 이유로 무참히 잘려나가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또는 TV를 통해 지켜본 국민들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오죽하면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중단하라는 글이 올랐겠으며, 청원에 동참한 국민이 3만 명이 넘었겠는가.

결국 그제 여름휴가를 마치고 출근한 원희룡 지사는 “도민과  더 소통하고, 더 지혜를 모아 검토해 비자림로를 아름다운 생태도로로 만들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원 지사의 말대로 일부 지역 주민의 숙원사업으로 도로의 필요성도 중요하다. 그러나 빽빽이 숲을 이룬 삼나무 밀림을 파괴해 도로를 확장하는 것은 제주관광의 자산인 자연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원 지사는 ‘생태도로 조성’을 명분으로 비자림로를 확장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대부분 도민과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가 되고 말 것이다. 나아가 자연이 훼손된 제주관광을 기피하고 외면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빠름’보다 ‘느림’을 추구하는 현대관광의 패턴을 생각하면 비자림로는 지금대로 존치해야 마땅하다. 세계 유명관광지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빠르고 양적인 관광개발로 자연환경이 급속히 훼손된 관광지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기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