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지 않은 공론조사가 어떤 결과를 자초할 것인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외국인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도민 공론조사가 설문 내용의 공정성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가 임의로 허가 여부를 결정해도 될 국내 첫 외국인영리병원 개설 적정성 문제를 숙의형 공론조사를 통해 결정하려고 한 것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공정성은 제주도,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공론조사 청구인 등이 사전 합의가 전제돼야 이뤄질 수 있다.

공론조사 청구인인 의료민영화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지난 13일 긴급 성명을 통해 “녹지국제병원 정책 결정의 핵심적인 내용이 될 여론조사 문항부터 비밀주의를 유지하고 있다”며 “여론조사를 지금처럼 강행한다면 결과를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는 당초 지난 14일부터 실시하려던 도민 공론조사를 연기해 오늘(16일)부터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구인 측이 편파적인 설문이라며 공론조사에 반대하고 있어 실제로 조사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해법은 하나 뿐이다. 청구인과 합의한 설문을 갖고 공론조사에 들어가는 것이다.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측은 “전국에서 처음 실시하는 영리병원 공론조사여서 약간의 미숙함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공론화 절차를 변경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숙의형 공론조사는 파행을 맞아 이를 지켜보는 도민과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이제라도 청구인을 참여시켜 합의한 설문을 통해 공론조사에 들어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