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 회사를 3개의 회사인 것처럼 속여 420억원 대의 관급공사를 불법으로 낙찰받은 업체대표가 해경에 검거됐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최근 건설회사 대표이사 김 모씨(75) 등 관련자 47명을 입건 조사해 검찰에 송치했다. 사실상 단일사건과 관련해 이처럼 무더기 입건되기는 아주 드문 일이다.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도 입찰방해, 업무상 횡령, 국가기술자격법 위반 등 9개나 된다. 참으로 조직적이고 담대한 범행 수법이 아닐 수 없다. 해경 조사 결과 김 씨 등은 2014년 1월부터 올해 4월1일까지 제주해저케이블공사를 포함해 모두 27건에 420억 원 상당의 공사를 불법 낙찰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입건된 사람 가운데 43명은 돈을 받고 국가시술자격증을 빌려준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30여 명에게는 1인당 150만 원~800만 원을 주고 자격증과 경력증 등을 불법으로 빌려 기술자를 보유한 것처럼 속였다고 한다. 국가자격증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이들의 불법행위도 문제지만 불법을 저지를 수 있었던 입찰 환경에도 문제가 있다. 한 사람이 소유한 1개의 건설회사를 3개로 나눈 것은 입찰 기회를 더 얻어 낙착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별개의 회사인 것처럼 둔갑시켜 투찰에 참가하는 것도 한 두 번 정도라면 모를까 수 십회에 이르고 있다.

도대체 공사발주 기관 또는 업체는 입찰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이런 불법 낙찰이 가능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혹시 공사주체가 불법에 개입한 사실은 없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해경은 앞으로 도내 해양·항만공사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는 과정에 이 점에 대해서도 명확히 조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