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덕 편집국장

옛 우리 마님들은 이야기책을 눈으로 읽었던 것이 아니라 계집종(冊裨)으로 하여금 읽게 해 귀로 들었다.

이야기 책을 읽을 때 크고 작은 울음목(淚點)이라는게 있어 그 대목에서 듣는 이를 울리지 않으면 안되고 또 듣는 이도 울어주는 것이 예의였다.

이를테면 심청전에는 큰 울음목이 세 목 있다.

첫 번째 목은 심청이 인당수에 빠져죽으러 가는 아침, 두 번째 목은 걸게 차린 아버지 밥상에서 “이건 고기요, 이건 자반이요”하며 영문 모르는 심봉사의 손을 끌어다 대는 대목과, 세 번째 목은  뱃사람에게 끌려 가면서 가지말라고 붙드는 마을 처자들에게 우리 집에 종종 들러 “우리 부친 가렵거든 이를 잡아주고 병들거든 약을 달여 줄 것”를 당부하는 이별대목과 상봉대목에 집약돼 있다.

비단 심청전뿐 아니라 우리 옛 고전소설 울음목의 십중팔구는 이별과 상봉장면에 집중돼 있다.

이합(離合)에 민감한 한국인의 정서는 대중가요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흘러간 가요인 ‘목포의 눈물’이나 ‘진주라 천리길’ ‘황성옛터’ ‘눈물젖은 두만강’ 등 이들 우리나라의 대표적 노래는 모두 떠나가거나 떨어져 있거나 하는 이산애수(離散哀愁)와 되돌아가 만나고 싶은 상봉비원(相逢悲願)으로 일관돼 있다. 이는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는데 종요한 관건이 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 대중가요에 자주 쓰는 어휘빈도를 보면 운다, 눈물, 정든, 이별, 등불, 외로운, 슬픈, 나그네, 멀다, 미련, 고향, 혼자, 배, 간다, 길, 보고 싶다, 어머니, 부두…… 등등 70% 이상이 떠나 있는 애수와 만나고 싶은 비원을 나타내는 것들이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토록 떠나기 싫었기에 그 역학의 반작용으로 그토록 돌아가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왜 한국인에게 이 같은 정서가 별나게 강할까.

유목과 상업으로 이 땅 저 땅 옮겨 다니며 떠나기를 밥먹듯 하며 살아온 서양사람들은 가서 사는 곳이 고향이기에 떠나고 만나는게 그리 별스럽지 않다.

영화에서 자주보듯 이별하는 부자(夫子), 모자(母子)간에 행운을 비는 것으로 싱겁게 떠나가는 것이 그들이다.

하지만 조상 대대로 고향땅에 매여 그 곳에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며 살아온 우리 민족은 혈육의식이 강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혈육과 고향에서 정서적 안도를 얻었던 것이다.

그래서 1년에 몇 번있는 명절인데도 고향과 혈육을 찾는 귀성객들로 민족 대이동이 일어난다.

하물며 분단으로 반백년 넘어서야 만나는 이산가족상봉은 두말해서 뭘 하겠는가.

이번에 이뤄진 이산가족상봉은 한국사상 또 한번의 농도짙은 눈물의 빅 이벤트였다.

남북정상회담도 다시 열린다고 한다. 요즘 분위기 같아서는 남북 통일시대로 가는 길이 금방 올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하루가 너무 멀기만 하다.

우리나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또 한번의 남북정상회담이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숙제인 남북통일의 길을 활짝 열어주기를 기대해본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결실인 이산가족상봉은 민족의 한(恨)을 푸는 날이었다. 이산가족상봉은 그간 헤어짐의 한이 해원된 날로 상봉 장소인 북한 금강산 호텔 만남의 장소는 눈물의 바다였다.

이산가족상봉의 한 맺힌 눈물이야말로 우리네 민족의 한이 서린 눈물이요, 아픔을 승화한 이산애수(離散哀愁)의 한(恨), 그 정서인자가 솟구친 누(淚)인 것이다.

인간 감정의 생리적 분리물인 눈물인데도 이 때 흘리는 눈물은 한맺힌 민족의 아픔이 더해진 우리나라만의 민족누(民族淚)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