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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고 좋은 꿈인지 나쁜 꿈인지는 해몽이 중요하다.
조선조 성종 때 성현(成俔)의 용재총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성안에 소문난 몽점가(夢占家)가 있었다. 과거를 앞둔 세 명의 서생이 흉몽을 꾸고 몽점을 치러 갔다. 때마침 그 점장이가 출타중이라그의 아들에게 해몽을 의뢰했다.
한 서생이 거울이 땅에 떨어져 깨진 파경(破鏡)의 꿈을, 다른 서생이 강풍이 불어 떨어지는 낙화(落花)의 꿈을 얘기했고 나머지 서생은 허수아비가 거꾸로 매달린 꿈을 이야기하자 아들은 모두 상서롭지 못한 꿈으로 해몽했다.
서생들이 모두 낙심하고 있는데 마침 그의 아버지가 돌아왔다. 꿈 이야기를 듣더니 ‘악몽길조(惡夢吉兆)라 했다. 해몽가는 무릎을 치며 상서로운 조짐으로 해몽, 이 몽점대로 세 서생은 모두 대과에 급제했다.
이처럼 앞으로 닥칠 일을 예견케 하는 조짐(前兆)이 나쁘면 좋은 미래가 오고, 그 조짐이 좋으면 나쁜 미래가 약속된다는 상반사고(相反思考)가 우리 한국인의 독특한 사고방식으로 정착돼 내려 왔다.
이를테면 몸에 오물이 묻거나 피가 나면 재물이 생길 길몽인데 반해 비단옷을 입으면 상(喪)을 입을 흉몽이다.
부부가 싸움하는 꿈은 화목해질 길몽이고 부부가 향응을 받는 꿈은 이혼할 흉몽이다.
꿈만이 아니다. 첫 아기 낳는 전통의 산실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면 문밖에 서있는 시어머니가 “고추냐, 보리냐”고 태어난 아이의 성별을 묻는다. 이 때 며느리는 고추(男)일 경우 보리(女)라고 낭랑하게 대꾸한다. 보리일 경우는 고추라고 풀 죽어 상반되게 대답한다.
즉 좋은 일에는 악령이 붙게 마련이기에 아들을 딸로 상반되게 대꾸함으로써 호사다마(好事多魔)를 예방한 것이었다.
자손이 희귀한 집의 소중한 아들일수록 악령이 접근하지 못하게 악명(惡名)으로 이름을 짓는다.
예를들어 황희 정승의 아명은 황도야지요, 고종의 아명은 이개똥이었다.
쌀을 구입하러 갈 때 쌀을 사러 간다 않고 쌀을 팔러 간다하는 것이나 돈을 주우면 재수없다고 하는 것도 호사다마의 마가 따라붙지 않게 하기 위한 상반사고에서 비롯됐다.
또 시집오는 신부의 가마에 검불이나 오물, 흙을 던지는 것도 악의가 아니다. 가게나 택시나 술집의 첫 손님으로 상(喪)을 입은 사람이 들어오면 재수좋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 상반사고의 소치였다.
그래서 옛날부터 곡식이 아무리 영글어도 거두기 이전 풍년이라 말하는 것은 엄연한 터부(禁忌)였다.
스포츠경기에서 아무리 승리에 자신이 있더라도 이긴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겸손이나 또 아무리 곡식이 잘 영글어도 풍년 들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겸손은 굳이 상반사고를 떠나서라도 그 상황의 절실한 마음 때문 아니겠는가.
스포츠경기에서의 상반된 사고노출은 동서양이 따로 없다고 본다. 그만큼 이기려는 마음가짐이 깊은 사고적 관념에서 도출돼 말로써 상황을 극복한 것일게다.
그러나 어느 한 사실을 이야기할 때 이를 가짜로 이야기하면 실제와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이야기는 진실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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