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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를 하며
김광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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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1  17: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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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는 주로 집안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행위다. 어쩌면 먼 훗날에는 없어질지도 모르는 민속행위요 미풍양속의 하나일 것이다. 무덤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베면서 후손들은 조상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마음에 각인하며 나름대로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떡과 과일 등 간소한 음식을 마련하여 예를 다하고 술을 바친다. 이런 유교적인 효 사상이 과연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우리가 이행해야할 중요한 덕목의 하나라고 여기고 있다.

골총이라는 것이 있다. 골총은 무덤의 임자가 없는 빈 무덤을 말한다. 알면서도 일부러 찾지 않거나 장소를 잘못 인지하여 찾지 못하는 빈 무덤이 제주산천에는 제법 많다. 언젠가 어느 마을 이장과 그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보다 골총이라고 가리키는 무덤을 보았는데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서 고개를 갸우뚱했더니 마을에서 매번 대신 벌초를 해준다는 것이다. 육지로 나간 그 무덤의 주인은 한번 무덤을 찾지 않는다며 그 이장은 참 안타까워했다.

요즘은 교통이 좋아 찾을 만도 한데 교통이 좋으면 뭘 하나? 먹고 살기에 바쁜 게 사실인지 핑계인지 모르지만, 점점 사람의 마음은 천륜과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그만큼 세월이 각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허긴 젊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대로 취업 준비하는 등, 한편 그 취업이라는 게 뜻대로 되지 않아 집안 어른들 뵐 낯이 없는 등 이런저런 일로 벌초나 집안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그 심사는 오죽하랴.

차제에 이 자리를 빌려 한 마디 한다면, 각 기업체 등에서는 청년들에게 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창고가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넉넉해야 명예와 치욕을 안다.’는 옛말처럼 예는 여유가 있으면 생기고 여유가 없으면 사라지는 것이다. 청년들도 집안의 한 구성원으로서 누구 못지않게 떳떳하고 당당하고 올곧게 그 예라는 것을 차리고 싶을 것이다. 마음은 그게 간절하지만 현실이 그것을 가로막고 있으니 그 기회를 주는 게 어쩌면 사회적 임무요 도리가 아닐까.

사리사욕에만 눈 어두운 업체나 단체는 언젠가 소멸하고 말 것이다. 인류역사의 전개 과정을 보더라도 삶의 극한상황에서 민심이 곧 천심으로 작용해왔던 일들은 적지 않다. 수많은 역사적 사례를 들 필요 없이 이번의 촛불혁명만 해도 그렇다. 잘못 흘러가고 있는 역사에 대한 민심의 변동은 준엄한 것이었다. 그것이 어디 한 나라에만 국한된 일인가. 방울방울의 물들이 모여 시내를 이루고 강을 이루고 큰 바다를 이루듯이 작은 소외의식들이 모여 범람한다면 주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 않는다고 어찌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누구든 원하지 않는다. 허나, 원하지 않는다는 것과 실제로 일어난다는 말은 다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실행에 옮기지 않을 뿐 어떤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늘 사회에 대한 복수의 값어치를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제 청년들은 가족이라는 구성원으로부터 서서히 이탈하고 있는 듯하다. 집안일에 참여하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그것이다. 물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자립성이 결여된 청년들의 경우는 오히려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 면도 없잖다. 흔히들 캥거루족이라 일컫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것이 결코 그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어느 경우든 그것은 개인의 문제이면서 또한 사회문제이기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회가 보다 더 청년들을 포용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이라면 적어도, 생활이 안정되어야 예를 앎은 물론, 이 사회의 주체적 역할을 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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