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과다한 예산 이월 문제가 제주도의회 회계연도 결산심사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역시 제주도의 저조한 예산 집행률을 집중 제기했다. 지난해 사업계획대로 사용하지 못해 올해로 넘어온 불용액이 무려 1조520억 원에 달한다.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가 이 문제를 추궁하고 질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과거에는 예산이 부족해 주민 숙원사업마저 접어야 했는데, 요즘은 넘치다싶을 만큼 충분히 예산을 주는 데도 다 쓰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더구나 불용액이 수 백억 원도 아닌 1조 원대라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한 해 제주도 예산 약 5조 원의 5분의 1이 사업계획 연도에 쓰지 못해 남아돌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최악의 예산 불용사태가 반복되고 있지만 제주도의 대처는 아주 미온적이다. 이중환 도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18일 도의회 2017 회계연도 결산심사 자리에서 “2016 회계연도에는 이월액이 1조29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며 마치 2017년 이월액이 개선된 것처럼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예산이 이월되지 않도록 계획된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할 뚜렷한 방안들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역시 원희룡 지사가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원 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서라도 해마다 막대한 예산이 불용 처리되고 있는데 대해 도정 책임자로서 도민에게 사과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도 기획조정실장이 도의회에 나와 도의원들의 추궁에 임기응변식으로 답변하는 형태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원 지사는 잘 하는 일만 아니라 잘못하는 일도 직접 나서서 도민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반드시 시정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좋은 일에만 앞에 나서고 궂은 일에는 뒤에 숨어버리는 지도자는 참다운 지도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