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대 제주도의회가 출범 초기부터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21일 본회의에서 허창옥 의원(무소속, 대정읍)이 대표발의한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요구안’을 부결시킨 것은 도민에 대한 배신 행위나 다름없다.

표결에 부쳐진 행정사무조사 요구안은 재석의원 34명 중 찬성 13명, 반대 8명, 기권 13명으로 부결됐다. 당초 22명의 도의원이 발의한 안건이 부결되는 예상치 못한 결과다. 자신들이 발의한 요구안을 본회의에서 부결시키다니, 몰염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도의회는 행정시장 등 인사청문회와 도정 질문에서도 수준 낮은 질문 등으로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물론 일부 의원의 경우이긴 하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 이번 일부 도의원들의 몰상식한 행위를 보면서 오래전 국회에서 자주 등장했던 ‘사꾸라 정치인’ 논란이 떠오른다. ‘사꾸라’는 벚꽃의 일본어다. 벚꽃의 색깔이 분홍색과 회색을 띠고 있는데, 이를 빚대 이중 플레이를 하는 정치인을 ‘사꾸라’라고 불렀다.

특히 신화역사공원에 대한 행정사무조사는 오수 역류 사태를 규명하기 위해 절대 필요한 사안이다. 오수 배출 기준 완화 여부 등 제주도의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행정사무조사 발의안으로 도의회가 이를 가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집행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 하지 않는 지방의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행정사무 조사권 부결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어제(26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고 다음달 본회의에 재발의해 처리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심을 거스르다 직격탄을 맞아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