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또다시 강정마을 주민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혔다.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무려 600여 명에 이르는 주민이 건설 공사를 방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입건돼 재판에 회부됐다. 일부는 재판이 끝났고, 일부는 지금도 재판 중이다. 그제 끝난 해군 국제관함식은 이러한 강정마을 주민들의 갈등을 치유하고 마을의 공동체를 회복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기대는 크게 빗나갔다.

국제관함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주민들을 만나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갈등을 치유하려고 한 노력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반대 주민들을 외면한 주민대화여서 간담회의 의미가 퇴색했다. 해군기지 반대 주민회를 감싸안지 못한 채 열린 주민대화였기 때문이다. 갈등을 해소하려다 오히려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아유다. 이런 가운데서도 문 대통령이 “(해군기지 공사 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된 주민에 대해) 재판이 모두 끝나면 적극적으로 사면복권을 검토하겠다”고 한 약속은 해당 주민들의 명예회복은 물론 강정마을 공동체의 치유와 화해분위기 조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말이었다.

문제는 이를 정쟁으로 몰고가는 정치권이다. 특히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지난 12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문 대통령이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약속한 사면복권 검토 발언에 대해 “사법농단”이라고 몰아세운 것은 적절치 못했다. 엄격히 말해 사면복권은 대통령의 권한이고, “재판이 모두 끝난 뒤 적극 검토하겠다”는 말이 사법농단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제주해군기지를 국방을 위해 불가피한 사업으로만 볼게 아니라, 이로 인해 고통을 겪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생명과 같은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은 국책사업의 중요성 이전에 인권문제이며 인간적인 문제다. 한국당은 제발 문 대통령의 강정마을 주민 사면복권 검토 발언에 대해 더 이상 발목을 잡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