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오피니언제주칼럼
이장(里長)이란 벼슬
임창준  |  객원 논설위원/전 제주도기자협회장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10.15  18:40:4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제주지역 곳곳에서 이장(里長) 임명을 두고 선거무효와 임명취소, 해임무효 등을 요구하는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일들은 가뜩이나 좁은 시골동네에서 잦아 상대방 측 적수를 서로 비난· 비방하는 등으로 지역 공동체를 너절너절하게 갈라놓고 있다.


올 9월말 현재 김녕리와 동복리, 함덕리 하효리 등이 이장선거와 관련해 5건의 행정·민사소송이 제주지방법원에서 진행중이다.


김녕리의 경우 직전 A이장이 2017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3년의 임기를 시작했지만 구좌읍이 올해 이장 해임처분을 내리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직전 이장 해임에 따라 마을에서는 선거를 통해 8월 새로운 이장을 선출했다. A씨는 이에 반발해 구좌읍장을 상대로 이장해임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구좌읍은 A이장이 사퇴 의사를 먼저 밝혔고 이사무소에 이를 확인 후 임명을 취소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A이장은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며 해임처분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동복리는 올해 1월 치러진 이장선거에서 위장전입으로 인한 가짜 주민들의 투표 의혹이 불거졌다.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부당행위를 주장하면서 급기야 소송전으로 번졌다. B씨에 대한 이장 임명이 이뤄지자 낙선자측은 선거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함덕리 사정은 좀 복잡하다. 2017년 12월 실시된 이장선거에서 C씨가 당선됐지만 낙선자측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선 무효 결정을 내렸다. 반면 마을회는 총회를 열어 선관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결국 조천읍은 마을회 의견을 존중해 올 2월 C씨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그 사이 선관위가 재선거를 열어 또 다른 후보자를 선출하면서 당선자가 2명이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임명에서 배제된 쪽은 조천읍장을 상대로 임명취소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마을 이장이 어떤 자리이길래 이토록 죽자 살자 목매는 걸까. 전국의 읍·면 시골 마을엔 이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어 젊은 사람들을 의무적으로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이장을 하는 곳이 태반이다. 이장은 회의수당과 교통보조비 등의 명목으로 매달 기십만원의 지원을 받는다. 이런 혜택 이 외에도 감투를 좋아하는 제주인의 근성도 한몫 한다.


읍·면·동에는 주민자치위원회 이장 새마을부녀회 청년회 바르게살기회 노인회 마을회 각종 농업단체 협의회, 심지어 이 사무장협의회 청년연합회 등 이름마저 생소한 단체와 장(長). 부단체장 등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넘실거린다. 주민자치위원회와 이장은 도 조례에 의해 인정받는 법정 자리다. 이 외의 단체는 저네들끼리 알아서 만든, 소위 자생단체다. 좋게 말해 봉사하려고 만든 자리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장(長)짜리, 00위원 등 감투를 좋아하는 이 지역민들의 특이한 성정(性情)의 발로가 이런 현상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면 좀 야릇해진다. 


6년 전 제주에 입주한 50대 초반의 박모씨-. 조그만 건설사업을 하는 그는 시골에 작은 시설물을 지으려 했는데 영 허가가 나지 않아 속을 어지간히 태웠다. 이에 지인인 제주 토박이 한 사람이 이장이나 마을 단체장 등에게 ‘인사’를 해보라고 조언했다. 빈손으로 갈 수 없어 선물을 들고 야밤에 두번이나 집에 들어가 통사정 했다. 한 달 만에 허가가 났다. 그는 별 것 아닌 벼슬이 대단한 힘을 발휘하는 제주 풍토에 그저 놀랐다. 특히 각종 선거때 후보자들은 이런 감투를 쓴 ‘유지’들을 외면할 수 없다. 


얼마 전 서귀포 지역의 한 도의원이 도지사에게 자기 선거구의 새마을지도자 등 여러 단체에 여행경비로 예산을 보조해줄 것을 요구했다. 집행부(도·시청)나 공공단체가 도민혈세를 제대로 쓰는지 감시해야 할 도의원이, 그것도 상임위원회가 아닌 본회의장에서 과연 행할 수 있는 발언인지 의아스럽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63113)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공로 9-1(도두일동)  |  대표전화 : 064)744-7220  |  팩스 : 064)744-7226
법인명: ㈜제주신문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제주 아 01014   |  등록일 : 2007년 10월 24일  |  대표이사:전아람  |   발행인:전아람
편집인:전아람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전아람
Copyright 2011 제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ejupress@jejupr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