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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만남의 시작
김구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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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28  15: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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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철 잊은 장대비에 느티나무잎사귀가 힘없이 떨어졌다. 연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사분사분 거리다 자신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아파트 관리직원인 여인이 빗자루에 담고 한 아름씩 비닐봉지에 꾹꾹 쑤셔넣는다. 바사삭거리는 세월의 사체인 낙엽에 연민의 정을 느끼는 계절, 허나 그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을 위한 하나의 예식이 아닌가.

만남이란 아름답고 설레게 하는 말이다. 나의 만남은 메마른 일상을 떠나는 여행에서 시작하고 싶다.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난 후 일상의 시간은 시계바늘 속도가 아니라 나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 가고 싶은 곳으로 발길을 내디디면 시작이 되고 멈추는 곳에서 동작이 정지되는 삶 속에 자신을 맡겨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면 시난고난했던 지난 시간들이 마치 검은 종이 위에다 볼록렌즈의 초점이 맞추었을 때처럼 순간적으로 빛을 발하다가 사라진다. 그러나 간간이 공유할 수 있는 추억들을 돌아보기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겠지.

공유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추억들을 찾아냈을 때 다가오는 행복 또한 놓칠 수 없다는 욕심으로 느닷없이 치열해지는 마음속 소용돌이에 휘둘리기도 한다. 그것은 내가 살아가야 할 미래의 삶에도 영양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은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하려고 태어났지 불행하려고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각자 선택한 행복에 이르는 길은 제각각 다르다. 무엇이 행복인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 덩그러니 서 있는 허수아비의 모습처럼 누군가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사랑이라는 달콤함은 없다. 만남을 통하여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소통의 장에서 사랑은 시작된다.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것. 사랑받을 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사람 인(人)을 보라. 두 획으로 구성되어 있는 글자 속에 숨겨진 비밀들에서 새로운 관계성의 방법을 생각해본다. 두 개의 획은 개별적인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글자의 완성을 위해서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옛 성현의 말씀 중에 ‘이 세상 만물 중에 쓸모없는 물건은 없다. 하물며 인간에 있어서 어찌 취할 게 없는 인간이 있겠는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있다면 그건 아무도 그의 쓸모를 발견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다 알아주는 장미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들꽃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 소박하고도 섬세한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것은 더 큰 행복감이 될 것이다. 사람에게 살랑거리는 실바람처럼 포근한 속삭임을 주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여유로운 삶이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

올 가을, 새로이 만나게 되는 제주신문에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공유하면서 기쁨으로 승화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싶다. 마치 추수한 낟알을 가마니에 쟁이면서 자식들에게 노느매기하는 시골 농부들의 마음처럼. 세파의 소용돌이에서 받은 상처들, 치유되지 않는 아픔의 삶 속에서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제주의 경이롭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대화하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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