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분권 논의가 활발하다. 자치분권은 국가의 권한과 책임을 지방에 배분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결정에 주민의 직접 참여를 확대하는 제도다. 지난 3월 개정된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은 특히 지자체의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 주민의 직접적 참여를 확대하도록 했다.

제주도 역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의 하나인 자치분권의 실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치분권 특별법은 광역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운영을 전제로 한 것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기초자치단체를 두지 않고 있는 제주도에는 부합하지 않는 법이다. 따라서 제주도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자치분권 논의에 그대로 합류하는 것은 양복을 입고 갓을 쓴 형태처럼 비현실적이다.

제주도가 제대로 된 지방자치분권을 실현하려면 현행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는 제주시, 서귀포시 행정시장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제주특별법에서 행정시장 체제를 삭제하고 주민의 손으로 기초단체장(시장)을 선출해야 한다. 아울러 예전처럼 기초의회도 부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지자체의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의 주민 직접 참여’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제주도와 지방분권전국연대,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은 내일(1일)부터 이틀간 제주에서 지방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제주도는 자치분권을 얘기할 때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본질을 외면하고 도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이번 지방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는 ‘헌법적 지위’ 논의에 앞서 폐지된 기초단체와 기초의회를 부활하는 문제부터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 풀뿌리민주주의의 토대인 기초단체와 기초의회가 없는 상태에서의 지방분권은 이치에도 맞지 않고 자치분권 특별법 정신에도 위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