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반영된 제주도의 국비 예산은 1조3553억원이다. 올해 1조2723억원보다 830억원(6.5%)이 증액된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 시행 후 지방도로화하면서 배정이 중단된 옛 국도 건설 및 관리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이 재개된다. 부분적이나마 국도 관리를 다시 국비로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돼 다행이다.

옛 국도관리 유지비의 국고 지원 제외는 다른 지방과의 형평성과도 배치된다. 국도관리 업무가 제주특별자치도에 이양됐다는 이유만으로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것은 중앙정부의 갑질에 해당한다.

농업용수 통합 광역사업, 도두하수처리장 증설사업, 광역폐기물 소각시설 확충사업 등 현안사업들도 차질없이 추진될 지 주목된다. 농업용수의 광역화는 효과적인 가뭄대책과 무분별한 관정 개발로 인한 지하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다. 기초연금 지원(1338억원), 의료급여(775억원), 아동수당 급여(264억원) 등 복지예산 규모도 눈길을 끈다. 특히 아동수당은 격감하는 출산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더 많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국비를 많이 배정받는 것도 과제지만 배정된 국비를 제때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주도는 지난해 1조3000억원의 국비를 배정받았지만 쓰지 못해 이월된 국비가 18.6%에 달했다. 국비 집행률(78.7%)이 전국 최하위로 주는 떡도 못 먹는 식 예산집행을 했다.

국비 등 예산은 확보하면 그만이라는 제주도의 예산행정 관행이 큰 문제다. 아무리 많은 예산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 불용액으로 처리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더구나 국비는 2년간 이월되면 모두 반납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1차산업 경영강화 예산과 고용창출 지원사업 예산, 장애인 일자리 지원사업 예산 등이 반납됐다.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제주도 국비 지원액이 국회에서 전액 통과될지도 문제다. 제주도는 국회와의 예산절충을 강화해 삭감액이 없도록 하고 배정된 국비를 차질없이 전액 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