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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순천위령제에 다녀와서
김경훈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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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1  18: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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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훈 시인

“광주5·18도 되고 제주4·3도 다 해결되는데 왜 여순사건만 해결이 안 되는 겁니까?”
여수유족회장의 말입니다. 

“여순사건은 여수 주둔 일부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그 와중에 여수 순천 주민들이 희생을 당한 것인데, 왜 여순 주민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처럼 오해를 받아야 합니까?”
어느 순천 주민의 말입니다.

지난 10월 19일 여순사건 70주기 전국문학인대회에 참여해서 귀동냥으로 들은 말들입니다. 여순사건도 제주4·3과 마찬가지로 해방 이후 일어난 한국현대사의 질곡이자 아픔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이 사건은 국군 제14연대 병사들이 제주4·3사건 진압명령을 동포에 대한 학살이라며 이를 거부하며 발발했습니다. 1948년 10월 19일부터 10월 27일까지의 기간에 1만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이 사건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상규명은 물론이고 정확한 인명피해조차 조사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수 만성리 해수욕장 근처에 ‘형제묘’가 있습니다. 당시 군인들은 부역혐의가 있는 민간인 125명을 끌고 와 학살한 후 시체를 불에 태웠다고 합니다. 사건이 끝난 후 시신을 수습하려던 유족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자 죽어서라도 형제처럼 지내라는 의미에서 비석을 세우고 ‘형제묘’라고 이름 지었다는 것입니다. 제주의 ‘백조일손지묘’와 처절하게 유사한 내용입니다. 다만 벡조일손의 경우 희생자들의 유해를 일일이 수습하여 한 구씩 안장했다면, 이 형제묘는 희생자 모두를 한 무덤에 안장한 것이 다를 뿐입니다. 

여수 순천의 분위기는 제주4·3운동의 20년 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같이 갔던 어떤 분은 제주가 앞서고 있다고 드러내놓고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사 해결과정에서 제주가 다른 지역의 모범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더욱이 제주인들은 더 많이 겸손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4·3특별법을 일궈내고 정부차원의 진상보고서가 나오고 대통령의 사과까지 이끌어냈다고 해서 제주4·3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니까요.

이제 본격적인 지역연대운동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주에서의 움직임이 여순지역 주민들에게는 또 하나의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겠지요. 그러니 제주의 성과가 제주도민만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전쟁을 전후한 수많은 양민학살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있어 하나의 디딤돌이자, 실질적인 교류와 연대를 이끌어내는 초석이 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여수의 어느 전시실에서 여순사건 관련 영상물을 보는데, 주름 깊은 어느 할머니가 ‘산동애가’를 부르는 대목에서 저도 가슴이 먹먹해져서 주루룩 눈물이 났습니다. ‘잘 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열아홉 꽃봉오리 피워보지 못한 채/ 까마귀 우는 골에 병든 다리 절며 절며/ 달비머리 풀어 얹고 원한의 넋이 되어/ 노고단 골짜기에 이름 없이 스러졌네…’ 

그러나, 언제까지 여순주민들이 역사의 멍에를 안고 이런 류의 노래만 서글프게 읊조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순은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같은 아픔을 겪은 지역들의 연대가 동시다발적으로 우렁우렁 이루어질수록 그 희망은 제대로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그 길에 우리 제주가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 어깨 걸고 나아가야 할 것이라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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