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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이보다 더 완벽한 자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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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6  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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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즈강을 따라 여유롭게 산책하던 영국신사가 갤러리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화이트 큐브에 배열된 작품들을 찬찬히 둘러보다 자기를 응시하는 것만 같은 조각상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목에서 부터 얼굴 머리까지 비례에 충실하게 잘 만들어진 인간의 두상 형태임은 분명한데 투명한 보호케이스가 씌워져 있어 관람자와의 실제적인 접촉을 의도적으로 차단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이 발산하는 첫 느낌은 한 마디로 ‘충격’ 과 ‘불편함’ 이다. 매우 강렬한 선홍빛 얼굴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으며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자는 이 강렬함에 순식간에 눈을 베여 버릴 것만 같았다. 선홍빛 얼굴은 뢴트겐선에 노출된 것처럼 실제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려는 듯 불편한 핏빛 잔상까지 겹쳐져 오랫동안 뇌리에 남을 것이다. 관람자는 알 수 없는 억눌림에 심장이 답답해져 옴을 느낀다. 많은 경험과 인문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현대미술에 꽤 일가견이 있으며, 매사에 분석적인 자신의 태도에 항상 만족했던 이 영국신사는 눈앞에서 그를 응시하는 이 작품의 재료조차 짐작할 수가 없어서 무척 자존심이 상한다. 이 정체불명의 인간상을 제대로 파악해 보리라 다짐하며 지금까지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모두 꺼내어 예리한 눈으로 무장하고 다시 분석을 시도해 본다. 과연 너는 누구냐...

 

필자가 설정해 놓은 이 가상의 시나리오에서 잘 차려입은 신사가 곤혹스러워하는 대상은 영국의 아티스트 마크 퀸이 제작한 <Self> 셀프, 즉 <자아>라는 작품이다. 마크 퀸은 1991년부터 5년 마다 자신의 얼굴을 본뜬 <Self>연작을 지속적으로 발표해 영국미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Self>는 대리석, 스테인리스 스틸, 청동 등 여태 사용했었던 전통적인 조각재료와는 완전히 다르며 여러 달을 주기로 수차례 뽑아낸 자신의 피를 응고시켜 제작한 작품이었기에 영국사회에 미친 충격파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인간의 피가 미술의 재료로 등장 했으며 또 다른 자기복제인 듯 등장한 <셀프>는 실로 놀라운 사건이었다.

 

이 작품은 어떻게 제작되었을까. 퀸은 우선 자신의 얼굴을 본뜬 원형 틀을 만든다. 원형 틀에 반복적으로 뽑아 저장해둔 피 4리터를 채워 넣고 이를 냉동시킨다. 얼굴 원형에 채워진 약 4리터가 넘는 피는 자신의 몸을 휘돌고 있는 혈액의 양과 거의 일치한다. 이렇게 제작된 <Self>는 냉동 보관이 필수다. 전시를 위해 갤러리로 나올 때는 특수하게 제작된 투명냉동케이스와 전원공급 장치에 의존해야만 한다. 누군가가 실수로 전원코드를 뽑아 버린다면 <자아>는 흘러내려 사라져 버릴 것이다. 이는 곧 죽음이다. 마치 인간의 삶을 그대로 복제한 듯 놀랍지 않은가. 마크 퀸의 <Self>작업은 1991년에 시작하여 5년마다 새로운 <자아>가 재탄생하기를 반복하다 2006년을 마지막으로 제작을 멈췄다.

 

마크 퀸의 미술 행위는 강한 충격을 던져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이벤트적인 액션은 아니다. <Self>가 함의하고 있는 메시지는 결코 녹록하지 않다. DNA사슬까지 완벽하게 일치하는 <Self>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아>를 말하고 있으며 피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생리학적 순환구조를 바탕으로 인간의 탄생과 죽음이라는 철학적이고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물리적 한계수명이 정해져 있는 실제의 나는 유약하며 냉동장치에 의지해 존재를 유지하는 또 다른 나는 전원 공급이 차단되면 부패하고 소멸되어 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 육체는 본질적으로 불안하며 우리 삶은 순간적이다. 이렇듯 마크 퀸의 <자아>는 인간의 생로병사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고 있다. 뒤러, 할스, 렘브란트를 비롯한 쟁쟁한 화가들의 붓끝에서 표현되었던 여러 층위의 잘 그려진 <자화상>들은 이제 마크 퀸에 이르러 화가의 손이 아니라 자신의 피에 응고되고 녹아내리며 <자아>가 탄생하고 소멸하고 있다.

 

또 다른 나를 응시하는 마크 퀸의 심리상태는 어떨까. 두 명의 자아인 그들이기에 영적인 커뮤니케이션 까지도 가능할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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