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지사가 읍면동 주민자치학교까지 운영하는 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마디로 도지사가 통반장까지 하겠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현재 주민자치학교의 주체는 읍면동이다. 그 운영 주체를 제주도지사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행정시장 체제도 모자라 읍면동까지 장악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러잖아도 제주도지사는 행정시장까지 임명하는 전국 유일의 광역단체장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중앙정부의 권한을 상당부분 이양·위임받는 등의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에 순수 주민자치권이 박탈되는 불이익이 따랐다. 인구 50만 명의 제주시민이 시장을 내 손으로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형태의 행정시체제는 전 세계적으로 제주시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그제(5일) 입법예고가 끝난 ‘제주특별자치도 주민자치센터 설치·운영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은 제18조2항에 주민자치학교 및 주민자치대학 운영 주체를 도지사로 정하고 있다. 기존 조례에 (도지사는) 예산만 지원하도록 한 것을 직접 운영자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제주주민자치포럼이 “도지사가 주민자치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중앙집권적인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원희룡 도정은 도지사가 주민자치학교와 주민자치대학을 직접 운영해야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읍면동까지 도지사의 직접 관할권에 두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압도적이다. 뿐만아니라 혹시 선거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음을 원 도정은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기초자치단체로의 행정체제 개편을 논의해도 시간이 부족한 시점이다. 제주도는 원래대로 주민차지학교·대학의 운영 주체를 읍면동별 자치위원회로 환원한다고 명시해야 한다. 만약 개정조례안이 그대로 제주도의회에 제출될 경우 도의회는 반드시 이 부분을 기존대로 되돌려 기초자치의 영역을 침범하고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