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학생수 감소추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기준 전체 초·중·고등학생은 7만8107명으로 10년 전인 2008년 9만6303명에 비해 무려 20%인 1만8196명이나 격감했다. 한 해 평균 180명씩 줄었다.

하지만 2008년 5113명에 불과했던 교원수는 지난해 5652명으로 539명이나 늘었다. 학생수는 줄어드는데 교원수는 매해 평균 54명씩 증가했다. 물론 학생수가 줄면 교원수도 줄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모든 교과에 전담교사를 두는 등으로 학교 교육여건이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여전히 교육이 수요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수요자인 학생수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위직을 늘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제주도교육청은 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 정원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는데 그 내용이 가관이다. 고위지방교육행정 일반직공무원 51명을 포함해 모두 76명의 고위직을 증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한 내년 예산이 51억 원에 이르고 2023년까지 5년 동안 무려 273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아직도 학교 교육여건은 취약하다. 보건, 사서, 과학, 교무실무, 방과후 담당, 급식 등 분야의 교사 또는 기간제 교사와 교육공무직 등 하위직은 많이 부족하다.

교육행정은 학교 교육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역할만 하면 된다. 도교육청이 고위 교육행정직을 대거 증원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인 수요자 중심 교육에 반(反)한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그제 성명을 통해 “도교육청이 혈세를 교육공무원 승진 증원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정원 증원을 철회하고 학생들과 직접 관련이 있는 교육공무직을 증원하라고 주장했다. 지극히 당연한 요구다. 도교육청은 고위직 증원계획을 철회하고 늘어난 예산을 학교 현장교육 여건 개선에 투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