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앞바다의 새섬, 문섬, 섶섬은 서귀포의 운치를 한껏 더 드높이는 최고의 경관지요 보물이다. 서귀포시 강정동에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서려고 할 때 도민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이 일대 수중경관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공사과정에서 일부 바다 속이 오염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었다. 수중환경이 파괴되지 않아 다행이지 경관이 사라질 수도 있는 위험이 도사렸던 게 사실이다.

최근 해양수산부가 세계 최대 규모의 연산호 군락지인 서귀포 문섬 일대 연안을 강원도 고성군 죽도와 함께 국내 처음으로 ‘해중경관지구’로 지정했다. 특히 문섬 일대 해저는 생태계가 잘 보전돼 있고 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해중경관지구를 지정하는 목적이 문제다. 훼손될지 모를 해저생태계를 보전하려는 뜻도 있지만 그 보다는 해양관광 진흥에 더 큰 목적을 두고 있다. 물론 해중경관 보호도 포함돼 있지만 해양레저관광 활성화를 위해 450억 원의 국비와 지방비가 절반씩 투입된다는 사실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솔직히 해양레저 관광을 위해 문섬 일대를 해중경관지구로 지정했다면 지정을 반납해야 옳다. 육상이든 바다 속이든 환경은 인간의 접근이 많아지면 훼손되기 마련이다. 해양레저스포츠 종합지원센터를 건립해 다이빙 교육장을 설치하고, 폐어선을 활용해 수중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만으로도 문섬 일대 연안의 앞으로의 운명은 보나마나다.

그나마 잘 보전되고 있는 수중 연산호 군락과 해초류가 자취를 감추게 되는 심각한 양상이 초래될 수도 있다. 제주도는 육상의 무분별한 관광개발도 모자라 해저까지 죽음에 이르는 개발계획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