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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의 시인 문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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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3  18: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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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가 낳은 시인 문충성이 작고했다. 만 여든 살 나이다. 지난 11월 3일 제주작가회의에서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처음 이 사실을 알았다. 순간 나는 제주 문학계의 큰 별 하나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문충성 시인은 시적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스물두 권에 이르는 시집이 그것을 입증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그것은 그와 함께 있을 때 와 닿는 어떤 촉을 통해서 더 진하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시인과 친교를 맺으면서 지금까지 그는 나(혹은 우리)에게 부지런히 시 쓸 것을 권장했다. 나는 1988년 무렵 등단하고 겨우 시집 한 권을 낸 뒤 깊은 게으름에 빠져있을 때였다. 핑계 삼자면, 그 이유는 어느 선배 문인이 나를 만날 때면 “그것도 시라고 썼나.”하면서 곧잘 면박을 주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애정 어린 농담조의 말이라고 신경 쓰지 않았으나 아무리 좋은 말도 반복하면 귀에 거슬리듯 언제부턴가 나는 괜히 시 쓰기가 싫어졌다. 그러한 나에게 문충성 시인은, 시인은 시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로, 마음으로 간절히 보여주려 애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처가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은 게 있다. 그것은 ‘이것이 있으니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니 이것이 있다. 이것이 소멸하니 저것이 소멸하고 저것이 소멸하니 이것이 소멸한다.’는 내용이다. 나는 불교신자가 아니어서 이 깊고 원대한 뜻을 잘 모르지만 어쨌든 어떤 사물의 생성에는 조건(緣起)이라는 게 있다는 점과 사물과 사물은 서로 인연을 맺고 존재해간다는 뜻일 터이다. 그렇게 시인은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뚜렷한 이유는 잘 모르지만 시인은 아버지와의 단절이라는 조건 때문에 오직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슬하에서만 지내야했다. 이 세상에는 그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도 많지만 제 눈에 든 가시는 그 누구의 아픔보다도 큰 것이 인간이기도 하다. 세계의 한 축이 비어있는 듯한 허전함, 그것이 어쩌면 시인의 시의 원천은 아니었을까.

 누이야, 원래 싸움터였다. / (……) //어머니 눈동자를 찬찬히 올려다보라 / 그곳에도 바다가 있어 바다를 키우는 뜻이 있어 / 어둠과 빛이 있어 바다 속 / 그 뜻의 언저리에 다가갔을 때 밀려갔다 / 밀려오는 일상의 모습이며 어머니가 짜고 있는 하늘을 // 제주 사람이 아니고는 진짜 제주 바다를 알 수 없다.
 위 작품은 문충성 시인의 시 ‘제주바다’를 부분 발췌한 것이다. 이 시에서 바다와 같은 크고 넓은 꿈을 지니고 있는 자식(바다)과 그를 키워내는 어머니의 꿈과 의지는 동일하다. 고된 일상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은 마음, 그 꿈은 외로울수록 내면에서 제주바다로 한반도로 확장되어간다. 이제 그 제주바다를 두고 시인은 이 세상을 마감했다. 시인은 비록 몸은 제주 땅에 묻히지 못했지만 마음은 제주 땅에, 제주바다에 긴 여정을 풀었을 것이다. 애도의 마음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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