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끝내 세계적인 습지인 남원읍 수망리 물영아리오름 일대 (170만여 ㎡) 국가정원 조성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도는 그제 ‘제주국가정원 조성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용역’ 최종 보고회를 열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제시했다.1단계(내년부터 2023년까지)로 100억원을 들여 주차장·입구광장·매표소·관리사무소·서천꽃밭 및 기반시설 등을 갖추고, 2단계로 350억원을 투입해 전시홍보관·강림차사원·삼승할망원 등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섬 전체가 하나의 정원이다. 다른 지방의 국가정원 조성사업을 그대로 적용해 정원 속에 정원을 만드는데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할지 의문이다. 더구나 물영아리오름은 국내 5번째 지정된 람사르습지다. 도대체 잘 보전해도 부족할 물영아리오름 일대에 제주의 신화와 목축문화를 담은 국가정원을 조성하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제주에는 1만8000의 신이 존재한다는 신화의 고장이다. 하지만 신화는 그 자체로 남아야 더 신비스럽다.

　본란은 이미 지난 2월 이곳에 인공정원을 조성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제주민예총도 “국가정원 구상은 환경적, 인문학적 재앙을 일으키는 무모한 사업”이라며 “제주신화 팔아먹는 국가정원 조성사업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었다. 아무리 관리를 잘 한다 해도 관광객이 넘치면 환경은 훼손되고 파괴될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국가정원이 조성되면 557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10억원의 부가가치 효과가 발생하고 457명의 취업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 유발효과는 클지 몰라도 훼손은 필연적이고, 국가정원의 가치도 떨어지게 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국가정원 조성사업을 중단해 후대에 환경을 망친 도정으로 기록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