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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의 순서와 때
고현수  |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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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5  18: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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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서와 때, 성장하면서 어른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들이다. 어릴 때는 잔소리로 치부하지만 오래지 않아 그 말의 중요함을 직접 깨닫게 된다.

 일상에서의 순서와 때는 성공과 실패, 수익과 손실을 가로 짓기 때문에 중요성이 누차 강조되지만 공공행정에서의 순서와 때는 조금 관대해진다. 특히 요즘 행정기관에서 가장 바쁜 이유인 예산에 대해서는 더욱 관대하다. 예산에 관한 교과서 정의가 ‘미래 계획에 관한 잠정적 수치’라고 표현한 것도 예산의 순서와 때를 관대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주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정책규모와 정책속도는 예산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예산에 관한 순서와 때를 본능에 가깝게 알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다. 단체장들이 예산의 순서와 때를 잘 알고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텐데 왜 필자는 예산의 순서와 때를 강조하는 것일까.

 예산은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우선순위라고 하는 중요성의 순서로 편성되고 집행된다. 또한 시급성이라고 하는 때의 기준이 우선순위에 반영된다. 주민들이 중요하고 급하다고 여기는 복지, 대중교통, 오수역류와 유수, 생활밀착형 예산들은 우선순위가 높아야 한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직접 와닿지 않는 사업들은 중요성과 시급성에도 불구하고 우선순위에 들지 않는다. 최근에서야 언론에서 자주 거론되는 도시공원일몰제를 대비한 토지매입이 바로 이러한 경우이다.

 정책은 정치적 지지 극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관심두지 않는 사업들은 순서와 때에서 배제된다. 특히 막대한 예산이 요구됨에도 비교적 주민들이 관심이 적다면 단체장의 임기내에 처리하지 않으려 한다. 굳이 생색나지 않는 사업들에 예산투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공행정에서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일이 왕왕 발생한다.

 도시공원일몰제에 따른 토지구입 문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예고되었다. 제주만의 일도 아니다. 예산 동원이 여의치 않은 지자체에서는 토지의 일정 비율을 기부체납하고 나머지를 개발하는 방식을 선택하였지만 제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바로 난개발과 제2의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불과 3~4년 전부터 불어 닥친 부동산 폭등은 관광객 증가와 더불어 제주경제를 뜨겁게 달구었다. 지금 관광객은 감소하고 있고, 부동산 가격은 소강상태이다. 도시공원일몰제에 따른 토지매입의 순서와 때가 언제든 폭탄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토지 매입의 순서와 때를 판단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작은 토지를 매입하는 것에서도 자금, 장소, 시기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는데, 하물며 수 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토지매입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을 두고 정치적 공격을 받기도 쉽다. 이러다보니 결국 ‘뭉쓰게’ 되고 말았다. 하지만 복잡한 고민일수록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것이라는 확신이 선다면 빨리 결정해야 한다.

 현재 제주도의 대규모 개발사업들은 모두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있다. 하나 같이 고민 중이고 검토 중이라는 답변뿐이다. 위독한 환자를 앞에 두고 고민만 해서는 안 된다. 잘했든 못했든 결정을 해야 한다. 고민만 하다가는 환자가 죽은 이후에 약 처방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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