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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酒)과 도지사
임창준  |  객원 논설위원 / 전 제주도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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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6  18: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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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고금을 통해 술(酒)에 관한 찬사와 비난이 동시에 쏟아진다. 명인(名人)들의 술 평가는 극단적으로 대립했다.

 술이 인간에게 주는 이로움을 간파한 선각자들의 표현을 보자. 동서양을 막론하고 ‘근심을 없애는 데는 술보다 나은 게 없다’고 했다. 키케로는 ‘술을 마시지 않는 인간으로부터는 사려분별을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보들레르는 ‘근로는 나날을 풍요롭게 하고, 술은 일요일을 행복하게 한다’고 했다. 백거이는 ‘죽은 후 북두성에 닿을 만한 돈을 남기더라도 생전의 한 두루미 술만 못하다’고 술꾼다운 명언을 남겼다. 중국의 이태백은 초승달·보름달에 술을 입혀 갖가지 시어(詩語)를 질펀하게 풀어놨다. 이에 반해 술의 해악을 경계하는 경구도 넘쳐난다.‘술을 마시면 말에 날개가 돋쳐서 함부로 뛰논다’(헤로도토스). ‘입술과 술잔 사이에는 악마의 손이 넘나든다’(칸트). ‘술에 취함은 바로 자발적으로 미치는 것이다’(세네카). ‘전쟁, 흉년, 전염병, 이 세 가지를 합쳐도 술이 끼치는 해악에 비교할 수 없다(글레드 스턴). ‘두번 아이가 되는 건 노인만이 아니다. 취한 사람도 마찬가지다’(플라톤).

 과학과 의학이 발전할수록 술에 대한 평가는 긍정보다는 부정적이다. 술이 사람의 건강과 삶에 크나큰 해독을 끼치는 현상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술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할 정도로 그 폐해가 흡연이나 비만보다 심각하다. WHO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5~2017년 연평균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은 10.2ℓ로 아시아에선 라오스 다음이다. 남성만 놓고 보면 무려 16.7ℓ다. 알코올 16.7ℓ는 360㎖ 소주(17도) 273병, 500㎖ 맥주(5도) 668캔을 마셔야 섭취할 수 있는 양이다. 더욱 놀라운 건 WHO가 우리나라 남성 사망자 100명 중 12명이 술 때문에 죽는다고 했다

 담배가 중독성이 높지만 가장 부정적인 중독 결과는 술이 일으킨다. 의사들이 2010년 다양한 중독물질이 인간과 주변환경에 미치는 폐해를 수치화한 결과, 대마초 20, 니코틴과 코카인 30, 헤로인 55인데 반해 술은 72다. 살인· 강도· 절도 같은 강력범죄의 20% 정도가 알코올 때문에 발생한다는 법무부의 통계도 있다.

 한국사회에서 술을 빼면 원만한 사회생활을 지탱하기가 어렵다. 술을 권하는 한국적 문화가 구석구석에 널브러져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기업체에선 직원들의 인사기록에도 주량이나 술 마시는 성향을 써넣기도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술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관대한 통념의 비호 속에 안주해 있다.

 뒤늦게 정부가 술 광고 제한, 금주구역 설정 등 술의 해독을 씻기위한 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기대해볼만 하다.

 얼마 전 제주도지사가 한 소주 제조업체 공장 확장 준공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끊고 축사도 했다. 5년간 금주해 왔는데 앞으로는 저녁시간에 소주 1~2잔 정도를 마시겠다는 황당무계한 소리도 했다. 도민의 건강을 위해 금주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할 도지사가 되레 술 공장에 가서 축사를 했다니, 이건 영 아니올씨다. 술공장에 갈 시간이면 정책과 민생 현장을 챙겨야 하지 않을까.

 술자리가 많은 연말이 다가온다. 슬기롭게 술을 관리· 절제할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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