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용역만능주의에 빠졌다. 공무원들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까지 용역에 의존하고 있다. 용역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업에 대해 외부 전문기관에 맡겨 사업의 타당성과 효율성을 심사하는 제도다. 지자체의 용역만능은 귀찮은 사업 또는 용역으로 추진한 사업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잘못된 용역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해 용역이 폐기돼도 공무원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제주도의 무분별한 용역으로 인한 세금 낭비 문제가 제주도의회에서 집중 제기됐다. 두 행정시가 2억7800만원을 들여 시행한 14군데 소규모 택지 개발 타당성 용역 결과가 올해 초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백지화됐다.도대체 용역을 거쳐 선정한 택지개발 후보지를 무산시키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더구나 제주도는 내년에 다시 소규모 택지개발 타당성 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래세대를 위한 택지 공급방안 수립 연구 용역비로 2억5000만원을 예산안에 포함한 것이다. 여전히 제주지방행정이 주먹구구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택지개발은 해마다 뛰는 토지가격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추진돼야 한다. 미룰 수록 개발비용이 증가돼 결국 입주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번 기회에 용역을 최소화하고 취소 또는 사장시키는 용역사업을 철저히 가려내 용역 시행기관과 담당부서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물론 담당 공무원을 문책할 수 있는 용역관련 처벌 조항이 없다는 게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도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을 함부로 사용한데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업무소홀과 예산 낭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공복(公僕)의 의무를 지도록 하기 위해서도 절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