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18조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주도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행정시장 직선제만 권고안에 담은 것은 기초자치단체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행정시장을 직선제로 바꾸는 자체가 기초단체장의 성격을 지닌다. 따지고 보면 ‘행정시장 직선제’라는 용어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말이다.

　주민들이 시장을 선출하면 바로 법인격이 있는 기초단체장이 돼야 한다. 기초단체가 구성된 곳에는 당연히 기초의회도 설치돼야 한다. 원희룡 지사가 수용한 기초의회 없는 행정시장 직선제가 위헌의 소지를 안고 있는 이유다.

　행정시장 직선과 4개의 행정시를 두는 권고안을 주민투표로 도민의 뜻을 묻겠다는 제주도의 방침에 대해 제주도의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우선 행정안전부가 제주특별법상 행정시장 직선은 국가사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주특별법 제11조(행정시장) 등이 국회에서 개정돼야 주민투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의회는 주민투표 비용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은 점 등도 결국 원 지사가 주민투표에 대한 명확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방안은 하나 뿐이다. 4개 시·군과 기초의회 존치·폐지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했듯이 ‘행정시장 직선제’와 ‘자치시장 직선 및 기초의회 구성’ 2개 안을 주민투표에 붙여 선택된 안을 채택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이용하면 제주특별법의 관련 조항도 개정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도지사의 제왕적 권한을 기초단체에 나눠주고 주민들의 자치권 행사폭도 확대되게 된다. 아울러 행정시장 직선제만 놓고 쟁점화하는 본말이 전도된 도의회의 행정체제 개편 논의도 기초단체와 기초의회 구성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