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31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포크 록의 전설이자 시인이며 화가인 밥 딜런(Bob Dylan)의 내한 공연이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60∼70년대를 풍미했던 포크음악의 대부도 가는 세월을 붙잡진 못했던지 그의 얼굴에도 깊게 파인 주름살이 나이테처럼 드리워져 있다. 1941년생이니 그도 어느 듯 69세다. 90년대 헐리우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톰 행크스 주연의 ‘포리스트 검프(Forest Gump)’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 포리스트가 일생을 두고 목숨처럼 사랑했던 여인 제니가 있다. 제니는 어릴 적 친부에게서 성폭행을 당하고 그로인해 뒤틀린 가치관을 안고 히피가 되어 바람처럼 살아가는 여인이다. 포리스트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돌아선 제니가 어느 날 누드가수가 되어 월남위문공연에서 부르던 “How many roads a man must walk down before you call a man?(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한 사람의 인간이 될 수 있을까?”로 이어지는 노래가 바로 밥 딜런의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g in the wind-바람만이 알고 있지)’이다. 그 외에도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g on Heaven’s door)와 라이커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같은 주옥같은 곡들이 있다.
1960년대는 세계사적으로 격동의 세월이었다. 흔히 ‘냉전(冷戰-cold war)’으로 불린 냉전시대였고, 냉전의 산물인 베트남전이 일어나 많은 젊은이들이 전장으로 향했다. 중국은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1966∼76)이란 극좌사회주의 운동이 일어나 중국역사를 30년이나 거꾸로 되돌려 버렸다. 홍위병이 준동하고 도덕은 무너지고 자식이 부모를 고발하고 영웅칭호를 받던 시절이었다. 미국은 기존의 청교도적인 가치관이 무너지고 히피문화의 광풍이 휩쓸었다. 한편 그동안 바닥의 매트처럼 깔려 살던 흑인들이 킹 목사를 중심으로 공민권 운동을 부르짖고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히피들은 ‘반전(反戰)’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이른바 문화충돌이었다. 그 문화충돌이 중심에 밥 딜런과 그의 연인 존 바에즈가 있었다. 그들의 노래는 60∼70년대에 유럽에서, 70~80년대에 한국의 대학가에서 애창되었으며 우리나라 포크 가수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밥 딜런을 이야기 할 때면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 존 바에즈이다. 1963년 인종차별과 흑인의 공민권 확대를 요구하며 워싱턴광장에 모인 30만의 민중들 앞에서 ‘우리는 극복하리라(We shall overcome)’을 목 놓아 부른 인물이 바로 존 바에즈 이다. 그 후 그녀는 저항의 아이콘으로 민중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1941년생으로 올해 69세이다. 61년 뉴욕에서 처음 밥 딜런을 만나 흑인들의 공민권향상을 위한 전국순회공연을 함께하며 연인이자 동지로 사랑을 키워나갔다. 이후 68년 연인관계를 청산할 때까지 세기의 커플로 추앙받았다. 유럽에 에디뜨 비아프와 이브 몽땅이 있었다면, 미주(美州)엔 존 바에즈와 밥 딜런이 있었다. 이점 존 바에즈를 사랑하는 이들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것은 연적에 대한 질투가 아니라 밥 딜런의 행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