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은 제55회 무역의 날이다. 올 한해 기분좋은 뉴스보다는 우울한 소식이 더 많았던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 수출은 10월까지 6.4% 증가했다. 한국 무역은 2년 연속 1조달러를 돌파하고 수출은 사상 최초로 6000억달러를 넘어 세계 6위가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산업기반 속에서도 제주도 수출은 10월까지 1억4000만달러를 넘어서 전년동기대비 16.2% 증가했다. 연말에 1억6000만달러가 예상되는데 2012년부터 7년 연속 1억달러 이상 달성하게 된다. 최근 10년동안 2013년을 제외하고 매년 증가해왔다.

올들어 무역협회 제주지부는 많은 수출기업을 직접 현장 방문한 바 있다. 이미 상당규모의 수출을 하고 있는 베테랑 무역인부터 수출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내수기업인들까지 다양한 무역인들을 만났다. 특히 남들이 알아 주지 않더라도 금액은 작지만 가끔 손해보면서까지 수출하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어도 묵묵히 수출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들 무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보이지 않는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제주도 수출의 지속성장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도 우리를 둘러싼 수출환경은 만만치 않다. 세계 보호무역 기조지속, 브렉시트, 선진국의 통화긴축 등이 도사리고 있다. 세계경제가 금년만큼은 아니지만 완만한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사실 넙치류, 소라, 생수, 감귤농축액, 전복, 백합 등 1차산품이 제주도 전통 수출품목이다. 그러나 모노리식집적회로가 메모리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지난 4년간 제주도 수출 증가를 이끌어왔다. 우리나라 수출액중 1차산품 비중이 1%대인 현실이 제주도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앞으로 저성장국면에 접어드는 환경을 감안할 때 제주도 수출 나아가 경제가 1차산품만으로는 힘이 부칠 것이다.

문제는 제주도 특산품이 더 이상 증가하지 못하고 감소하는 대목에 있다. 농수축산물은 2012년 8312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하여 지난해에는 10년전 수준인 6155만달러로 줄었다. 1차적으로 수출자원의 한계에 직면한 것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지금부터가 더 문제다. 농수산물 수출기업들은 매년 인력난으로 많은 고충을 겪어 왔다. 제품을 생산하고 싶어도 사람이 부족해 전전긍긍이다. 어떻게 해서 외국인이라도 고용하여 상품을 만들고 나니 최저임금 인상이 가로막고 있다. 수출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어렵게 뚫은 해외에서 가격경쟁력이 뒤처질 상황이다. 이래저래 내년 농수산물 수출은 설상가상이다.

1차산품의 신규수출은 쉽지 않다. 기존 수출상품 고령화에 따른 동력상실도 우려된다. 제주도 여건상 공장시설 확충이 어려워 공산품 제조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출의 틀을 바꿔야 할 것이다. 수출액 위주에서 제주만의 전통과 매력을 가치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내수와 수출을 구분해선 안될 것이다. 이제는 모든 기업이 국제경쟁력에 직면해 있다. 소비재나 중간재가 아닌 명품을 수출기업하는 기업도 나와야 한다. 지자체도 이제는 기업가형 지자제 마인드를 지녀야 할 것이다. 제주기업 경쟁력이 제주도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메이드인 제주가 아니라 제주만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눈에 보이는 것만 수출하는 시대가 아니다.

올 한해 제주도 수출을 이끌어준 우리 무역인들에게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브라질 속담에 ‘우리가 혼자 꿈을 꿀 때, 그것은 단지 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여럿이서 같은 꿈을 꾸면 그것은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로 변한다.’라는 말이 있다. 제주도 무역인들의 꿈을 한데 모아 내년에도 힘찬 전진을 다짐하는 연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