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해안도로는 일주도로 위주의 단조로운 관광을 다양화하기 위해 개발됐다. 1980년대 일부 지역 해안을 대상으로 시작된 해안도로 개발사업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면서 사업이 확대돼 지금은 전도 해안에 걸쳐 도로가 조성됐다. 하지만 대부분 해안을 낀 육상이 아닌 공유수면 등을 훼손하면서 도로를 개설하는 바람에 곳곳의 기암괴석이 사라지는 등 해안환경이 많이 파괴됐다.

　물론 사업에 편입된 토지를 제대로 매입하지 못한 어려움은 있었을 테지만 사업기간을 늦춰서라도 당초 취지대로 해변을 훼손하지 않고 도로를 개설했다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을 것이다. 하와이와 호주 등 해안경관이 잘 보존된 유명 관광지들의 사례를 접할때마다 느끼는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해안변의 난개발을 차단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블루벨트’를 지정하기로 한 제주도의 해안변 보호 방침은 평가할 만하다. 해양공간 내 개발사업을 제한하고 공유수면의 점용과 사용의 심사를 강화하며 해안변 인근 육상 개발사업의 심의·협의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안변 보호 조치가 좀 더 일찍 마련됐다면 수많은 건축물들로 인해 아름다운 해안환경이 잠식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형태의 때늦은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블루벨트 지정이 성공하려면 이미 들어선 건축물도 경관지역의 경우 철거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해상 풍력발전사업은 블루벨트 추진에 완전히 역행한다. 원희룡 도정은 블루벨트 지정을 풍력발전을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선 안 될 것이다. 미관을 해치고 소음 공해를 유발하는 풍력발전사업과 블루벨트는 결코 공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