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오피니언제주칼럼
도령마루를 아십니까?
김경훈  |  시인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12.06  17:50:0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도령마루’는 제주시 7호광장 일대를 일컫는 지역입니다. 제주공항에서 신제주로 나가는 길의 야트막한 고갯마루, 한라산 방향 우측 능선에 소나무 숲이 있는 일대입니다. 지금은 ‘해태동산’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1970년대 쯤 해태제과라는 회사에서 해태상을 이 일대에 세우면서 해태동산으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매년 4월엔 부처님 오신 날 연등에, 12월엔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이 밝혀지는 곳이지요. 그곳은 예전에 도령마루라 불리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섬사람들에게도 낯선 지명이 되어버렸습니다.

도령마루는 제주4.3 당시에 여러 차례에 걸쳐 인근 지역 주민들이 토벌대에게 끌려와 학살당했던 곳입니다. 증언에 따르면 그 중 동산 서북쪽 맞은 편 소나무 밭이 주 학살지였습니다. 시체 주위의 땅에는 미친개들이 돌아다니고, 하늘엔 까마귀들이 새까맣게 뒤덮던 그런 곳이었습니다.

당시엔 사람들이 무서워서 이 일대를 피해 먼 길을 에둘러 다니기도 했었다는 그런 곳입니다. 또 그때 수습하지 못한 시신들이 더러 이 일대 어딘가에 묻혀있을 것이라 는 증언이 있기도 합니다. 그 후 제주공항에서 신제주 간 직선도로가 뚫리면서 소나무 동산이 동서로 나뉘었고, 또 오라로터리와 노형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개설되고 넓혀지면서 지형 자체도 많이 변모했습니다.

이 일대에서의 제주4.3 당시의 상황을 그린 현기영의 소설 「도령마루의 까마귀」에는, ‘동편 밭담 아래 송장들이 서로 포개져서 늘비하게 널부러져 있다. 그 위를 까마귀들이 사람들이 보자 까악까악 요란하게 우짖는다. 저렇게 많이! 아마도 서른 명은 넘으리라.’고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이곳에서 학살당한 시신들을 수습하는 장면을 비롯하여 이 일대 주민들의 고난과 희생이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4.3의 고난과 희생의 장소인 이곳은 도내 다른 유적지와는 달리 현재까지 거의 외면되고 방치되어 왔습니다. 오랜 세월 금기시되었던 제주4.3의 역사처럼 제 이름도 빼앗긴 채 야만과 굴종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왔습니다.

제주4.3 70주년을 맞는 오늘, 이 ‘도령마루’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도령마루는 신제주 인근에 있는 유적지임에도 불구하고 정비는커녕 찾는 이조차 드뭅니다. 또한 원래의 도령마루라는 아름다운 이름마저도 정체미상의 해태동산에게 빼앗긴 채 고립된 채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제주4.3의 정명을 찾는 여정은 우리는 이 도령마루의 원래 이름을 되찾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주4.3유적지임을 알리는 팻말을 설치하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표석도 세워 역사의 기억공간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렇게 작은 일 하나 하나 해나가는 과정에 역사의 정도가 또한 하나씩 새겨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4.3의 광풍에 시신들이 흩어지고/ 미친개들이 울부짖어/ 까마귀가 바람처럼 날리던 곳/ 그 이름은 도령마루/ 해태는 도령마저 삼키고/ 학살의 기억은 자본에 묻혀버린 곳/ 이름마저 빼앗겨/ 과자부스러기만도 못한 곳/ 신제주 방면에서 공항으로 내려가는/ 길목 어귀 소나무들의 기억 속엔/ 그 이름은 여전히/ 도령마루’ 이기 때문입니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63113)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공로 9-1(도두일동)  |  대표전화 : 064)744-7220  |  팩스 : 064)744-7226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제주 아 01014   |  등록일 : 2007년 2월 12일  |  발행/편집인 : 부임춘  |  청소년보호책임자 : 부임춘
Copyright 2011 제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ejupress@jejupr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