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지나는 시기에 우리는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했다. 이런 예상은 들어맞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며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예전엔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이 일상에서도 흔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제주 사회도 많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아름답고 조용한 섬의 이미지로 알려져 있었지만 지금은 한 해 1000만명 이상이 제주를 다녀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제주의 독특한 문화들도 변화되거나 사라지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의 시대에 지역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이어가며 새로운 지역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지금의 시대에서 더 필요할 것이다.

　제57회 탐라문화제가 치러진지도 한 달 여가 지났다. 그동안 탐라문화제를 통해 제주의 문화적 요소들이 발굴되고 전승돼 왔으며, 다양한 제주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문화제로 제주사회의 통합과 문화 교육적 효과를 높이는 축제로 도민과 함께 해왔다.

　하지만 반세기를 훨씬 넘어 60년에 다다르고 있지만 아직도 열악한 여건들이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 고정된 개최장소를 비롯해 기반시설 등 관련된 여러 가지들이 부족해 행사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배가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지금의 탐라문화광장으로 장소를 옮긴지 두해 째가 됐다. 행사장 일대는 제주의 오랜 역사와 함께해온 곳으로 발전이 다소 정체된 도심 중의 한 곳이다.

　탐라문화광장은 대도시 광장처럼 탁 트인 넓은 공간이 없고 도심 속 소공원처럼 위치해 있어 큰 행사를 치르기엔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 단점일 수 있다. 그나마 잔디가 깔려있는 산짓물공원 마저 식재된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 공원을 벗어나면 어떤 행사를 하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여건들은 제57회 탐라문화제 주 무대를 시야가 다소 넓은 산지천 위로 위치하는 쪽으로 택하게 했다. 이외에도 기존 방식을 따르며 도심 축제로 전환을 시도하기 위한 프로그램 등이 가미됐다.

　문화의 길 축제는 프로그램 배치가 공간 규모에 비해 밀집도가 부족했지만 도심의 거리를 따라 문화와 예술이 펼쳐져 문화예술을 만나고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거리 축제로 발전시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내보였다. 낮에서 저녁시간대로 옮겨 진행했던 민속예술은 관람객들이 햇빛에 노출되는 불편을 해소하고 민속의 예술적인 부분들을 야간의 조명으로 돋보일 수 있도록 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또한 제주문화를 소재로 출연자가 직접 기획·연출해 참여하는 가장퍼레이드는 국내·외 참가팀들까지 화려한 복장과 분장으로 퍼레이드를 펼쳤다.

　중앙로와 칠성로, 문화의 길 일대가 관람 인파로 북적이는 가운데 출연자들은 제주문화를 다양한 이미지로 표현하며 열띤 퍼포먼스를 보여 제주문화를 홍보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이처럼 제57회 탐라문화제는 제주의 문화들을 바탕으로 독특한 제주문화로 발전시키며 새로운 제주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여지를 가늠하게 했다.  

　앞으로도 탐라문화제는 제주의 문화를 보존·전승함은 물론 과거 현재·미래를 아우르며 새로운 제주문화를 만들어가는 문화제로 120만 제주인들의 문화잔치로 지속적인 발전을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