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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었던 추억
부진섭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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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3  18: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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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섭 수필가

해초를 한 짐 가득 짊어지고 올라오는 아주머니를 보고 있노라니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고향바다가 스쳐 지나갑니다.

해녀상군들은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아가서 작업을 합니다. 중상군은 넓은 여로 헤엄쳐 나아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룹니다. 나는 친구들과 여와 여 사이 웅덩이에서 해초를 채취하다 해산물 망사리 가득 어깨에 메고 올라오는 선배들이 부러웠습니다. ‘나도 언젠가는 저런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을까.’ 하고 해녀가 아니면 품을 수 없는 풍경에 사로 잡혔습니다. 물 깊이가 다 달라서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바다이기에 소군과 중상군, 상군이 서로 다른 곳에서 해녀 작업을 하는 고향바다의 풍경입니다.

소중이가 해녀 복이던 시절이었지요. 추워서 덜덜덜 떨다 친구들과 따뜻한 바위에 엎드려 햇볕을 쬐입니다. 바위 틈 사이에 올망졸망 쉬고 있는 해산물들도 있지만,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생물들도 있습니다. 무엇을 찾고 있을까? 마주할 때마다 호기심이 생깁니다. 체온을 올리고 다시 웅덩이로 내려가노라면 무리지어 헤엄쳐 다니던 어린 어류들이 헤아릴 수없이 노닐고 있습니다. 이제와 생각하면 그 곳이 바로 해산물들이 알을 낳고 성장하는 본원지였습니다. 소군들이 추위와 싸우며 해녀의 길을 키우던 터전과 같은 곳입니다.

중상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시도하는 날입니다. 친구들과 선배들이 다니는 넓은 여로 헤엄쳐 나아갔습니다. 처음이기에 다리가 아파할 때쯤 도착했습니다. 그토록 원하는 여에 도착하자 여와 여 사이 오고 가는 깊은 바다는 단련된 중상군의 터전이 되었습니다.

해산물 찾아 내려가자 귀가 멍멍해 집니다. 소라, 문어잡고 올라오면 숨이 차서 저절로 숨비소리가 나옵니다. 망사리 가득 채우려고 오르내리기를 수 십 번 하다 기진맥진합니다. 추위까지 겹쳐서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다짐 합니다. 헤엄쳐 나오노라면 다리에 쥐가 납니다. 발을 잡고 힘껏 하늘을 향해 올립니다. 고난마다 달련하고 나서야 불턱에 도착했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 앞에서 서로 꽁꽁 언 몸을 녹입니다. 상군들이 그날 잡은 소라와 전복, 문어의 결실을 많은 돈으로 환산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듣다보면 추위는 사라지고 깊은 바다에서 수많은 해산물을 채취하는 상상의 세계를 펼칩니다. 자고나면 어제의 고통은 사라지고, 수확의 기쁨만 온 몸을 휘감고 다시 발원지로 향하는 반복을 하며 기량을 펼쳤습니다.

몇 년 후 동양자수를 배우던 나는 해녀의 길은 접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강인함이 우러나오는 해녀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해녀의 길을 접은 나에게도 가슴이 벅차게 다가옵니다.

추억을 되살리며 수년 만에 고향바다로 달려갔습니다. 먼 바다로 내려가는 도로를 만들면서 여러 개의 여와 해산물 본원지가 파묻혔습니다. 다시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가슴이 미여집니다. 여와 여 사이로 순환하던 물골마저 사라지면서 조개 서식지가 오염되고 있습니다. 어찌 내 고향 바다만의 아쉬움이겠습니까. 사방에서 다양한 문제가 일어나는 바다는 고통으로 호소합니다.

양식장과 공장폐수 등이 바다로 흘러들어 가면서 다양한 오염 현상을 일으키는 바다였습니다. 개발과 환경오염이 겹치면서 수많은 어류들이 생산하는 안식처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남아있는 해산물 터전만은 서로 사랑으로 품어가야 메말라가는 해산물이 넘쳐나면서 활기찬 바다로 거듭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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