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오피니언의정칼럼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책결정자의 자세
이상봉  |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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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8  17: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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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더 이상의 공론조사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제주에서 공론조사를 한다고 하면 누가, 어떤 도민이 신뢰하겠는가” 이 말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제주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위원회의 허용진 위원장의 발언이다.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전국 최초로 제정된 조례이자 지역 차원의 첫 공론조사 시행으로 모범 사례로 일컬어지던 녹지국제영리병원 공론조사는 왜 이런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는가. 지난 12월 5일 원희룡 지사가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결정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필자는 숙의형 공론조사의 근거가 되는 「제주특별자치도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 참여 기본 조례」를 대표 발의한 의원으로서, 이러한 결정이 갖는 문제를 크게 3가지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 결과에 따른 정책권고안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약 6개월여의 시간 동안, 억대의 비용을 투입하고 많은 수의 도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숙의하여 결론 낸 불허 권고를 보완조치에 불과한 비영리병원 전환, 고용 유지를 필수 전제조건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보완조치를 이행할 수 없어 불허 권고를 수용할 수 없었다는 식의 아전인수격 해석은 숙의민주주의, 그리고 공론의 의미를 심히 훼손한다고 본다. 즉 비영리병원 전환, 고용유지는 공론조사 결과에 따른 보완조치로 제언된 것일 뿐이지 불허 권고를 내리기 위한 전제조건이 아니다. 주객을 전도한 자의적 해석을 하고 있으며 보완조치에 불과한 권고를 가지고 일부 수용으로 표현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둘째, 지사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공론조사를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조례 제정 시기를 운운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며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왜곡이라는 것이다.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 결정을 내릴 것이었다면 지방선거 전에 결단했어야 한다는 비판에 대해 지사는 관련 조례가 1월에 제정되었고, 이에 대한 청구가 3월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답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공론조사 결과를 당연 수용이 아닌 지사가 채택, 불채택 등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여 선택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셋째, 도민들의 공적판단인 공론화 결과를 무시한 이번 결정은 앞으로의 정책결정에서 도민의 뜻이 반영될 통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으로 숙의민주주의의 싹을 짓밟은 결과를 초래했다. 공론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한 의견으로 주민투표라는 직접적 의사결정 이외에 최고의 공신력있는 주민 의견이다. 즉 공론과정에서 영리병원 추진에 따른 기대이익이나 피해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하고 토론하여 내린 불허 권고인 것이다. 이를 무시함으로써 도민 공론화의 신뢰도는 추락하고 말았다.

실제로 공론조사 결과 도민들의 58.9%가 영리병원을 반대하고 있으며, 12일 실시된 제주영리병원에 관한 국민여론조사에서 51.3%가 반대의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민과 국민들이 반대하는 제도를 우려사항이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감독할 수 있다든지, 한‧중 외교문제 비화 및 국가신인도 저하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도입을 주장할 수 없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영리병원의 개설 허가의 철회와 함께 숙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태를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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