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도정이 추진하는 행정시장 직선제는 문재인 정부의 지방정부 자치권 강화 방침과도 역행한다. 정부는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지방분권을 강화하겠다는데 원 도정은 반대로 행정시장을 존치시켜 계속 기초단체의 권한을 누리려 하고 있다. 지방자치의 자율성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다. 심지어 자치재정권,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을 대폭 지방정부에 이양하려 하고 있는데 한 명의 광역단체장을 위해 민주주의 기본인 주민자치를 제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요 비민주적이다.

　제주도의회는 어제부터 제주도가 제출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심사하고 있다. 우선 도의회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상임위 심의와 오는 21일 본회의 처리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 대의기관인 도의회가 주민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은 행정시장 직선제를 그대로 수용해 동의한다면 도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번 회기에는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유보하고 도의회 차원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를 두는 안을 마련한 뒤 두 가지 안을 주민투표에 붙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금의 자치권 약화 등 행정시가 안고있는 문제는 주민이 직접 선출하지 않은 행정시장 때문이 아니라 자치재정권과 자치인사권 등이 박탈된 실권이 없는 행정시장 체제 때문이다. 행정시장만 주민이 뽑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전혀 아니다. 모든 시정(市政)을 책임질 법인격이 있는 시장과 집행부를 견제할 기초의회를 부활해야 해결될 수 있다.

　도의회는 실패한 행정시장 제도를 과감히 바꿔야 하는 시대적 소명에 부응해야 한다. 4개 행정시장 직선제와 4개 기초단체 및 기초의회 구성 두 가지 안을 주민투표에 붙여 도민들이 최종안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