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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
강서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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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9  17: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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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00원입니다.”, “전기차인데요.”, “전기차는 100만원이우다.”, “아, 며칠 전에는 3000만원 달라고 하시더니 많이 깎아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제주에서 공영주차장을 이용할 때 전기차의 주차료는 무료이다. 관덕정 옆 공영주차장을 관리하시는 어르신과 주고받은 가벼운 농담이다. 그분의 얼굴에도 웃음이 만발하다. 평소에도 유머를 즐기시는 분 같아 좋은 기분으로 주차장을 나온다.

 젊은이들도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일을 원하는 어르신들의 일자리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도 있지 않은가. 그들이야말로 젊은 날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뼈대이다.

 곳곳에 노인 일자리가 생겨나면 평생을 두고 쌓아 온 지혜와 경륜으로 사회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크게 생각지 않아도 된다.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 시간이나 물질로 봉사하면 좋을 것이다. 그것도 안 되면 마음으로 제주도를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도 사회에 기여하는 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노인을 경시하는 풍조도 만만치 않다. 서울의 어느 대학 교수의 얘기다. 명예교수로 재직하는 학교 앞에서 가족의 차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차 한 대가 그 앞에서 신호대기를 하게 되었다. 젊은이 두 사람이 차에 타고 있었는데 차 안에서 자신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설마 내게 했을라고 생각하며 뒤를 돌아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그가 서 있는 길바닥에 침을 뱉으며 떠났고 그는 그만 주저앉았다. 그때 느꼈던 모멸감과 불쾌함은 잊을 수 없노라고 토로했다.

 우리 사회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뒤돌아볼 일이다. 깊게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늙는다. 늙지 않는 재간을 가진 이는 없다. 늙고 죽는 것은 누구에게나 닥치는 일이다. 백 년 후면 지금 살아있는 지구상 거의 모든 인간은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내가 평소에 노인을 대접한 만큼 나의 노후도 딱 그만큼 대우받는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그러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인과 얼마 전에 길을 걸었다. 그런데 젊은 여성인 그녀가 자꾸 고개를 숙이며 쓰레기를 줍는 게 아닌가. 연삼로 대로변 곳곳에 일회용 컵이 그렇게 널려 있을 줄이야. 특히 가로수 아래 관목 속에다 숨겨 놓은 게 많았다.

 무심결에 나도 따라 줍고 있었다. 다음부터는 검정 비닐봉지를 갖고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늘 밝은 얼굴을 가진 그녀가 평소에도 좋았지만, 그날은 무척이나 존경스러웠다. 그녀는 특별히 나이 드신 분들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 표준어를 쓰다가도 바로 제주어로 바꾸어 대화를 편안히 이끌어 나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내 부모님도 남에게 그런 대접을 받기를 원한다면 누구나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사회가 급변하면서 우리의 의식이나 정서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사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우리 세대의 사람들은 아직도 정을 주고받는 것에 익숙하다.

 노인과 젊은이들이 잘 어울려 사는 아름다운 모습을 제주 어디에서든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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