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행정체제 개편의 본질은 고유의 지방자치 복원이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시행으로 폐지된 4개 기초단체를 시 단위 형태로 부활해 위축된 주민들의 지방행정 참여폭을 넓혀나가자는 데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회는 제주도의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 방침과 관련한 주민투표의 적합성을 놓고 제주도와 공방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야말로 주객전도(主客顚到)가 아닐 수 없다.

　제주도의회는 기초단체와 기초의회를 두지 않은 제주도의 행정체제 개편안에 대해 따질 생각은 하지 않고 행정시장 주민투표의 부적절성에 대해서만 집중 거론하고 있다. 제주도가 투표율이 33.3%가 되지 않으면 개표조차 할 수 없는 주민투표제도를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긴 원 지사로서는 행정시장 직선제 찬·반 투표가 유리한 국면이 있다. 투표율이 충족되든 안 되든, 설사 충족돼 50% 이상의 찬성으로 직선제가 시행된다 한들 행정시 통제권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제주도의회는 지방분권이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법인격이 있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를 부활하는 문제에 올인해야 한다. 본질은 외면한 채 행정시장 직선제만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굳이 기초단체와 기초의회를 둬 자신들의 권한을 기초의회로 분산시키지 않겠다는 속셈이 작용한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제주도의회는 제주도가 제출한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에 대해 심사 보류에만 그칠 게 아니라 직접 보완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행정시장 직선제와 별도로 기초단체와 가초의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가해 두 가지 안 가운데 하나를 도민들이 선택하도록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 행정시장 직선제 하나만 놓고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주민들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비민주적인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