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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정체성 회복하는 원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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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31  18: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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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도 낮은 도민들의 삶 

 제주도민들은 특별자치도가 되면 훨씬 더 잘 사는 세상이 될 줄 알았다. 실제로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2006년 7월)되기 전 실시된 행정구조개편 주민투표(2005년 7월·투표율 36.73%)에서 4개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2개 행정시로 하는 이른바 혁신안에 찬성(57%)한 것은 이러한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때 투표율이 33%에 그쳤다면 주민투표 자체가 무효화돼 지금의 기형적인 행정시는 탄생하지도 않았다.

 제주특별자치도 시행은 제주 고유의 정체성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결과를 자초했다. 삶의 질 개선보다 관광지와 도로 등 난개발 정책이 압도했다. 무리한 추진으로 중단된 예래휴양형 주거단지, 당초 취지를 벗어난 해안도로 개발, 제주의 허파인 곶자왈지대의 관광개발 허용 등으로 인한 산림훼손, 중산간지대 관광지 개발 허가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제주의 힘은 자연환경에서 나온다. 하지만 기초단체와 기초의회의 폐지로 막강한 힘을 갖게 된 제주도지사는 오히려 보란듯이 개발주도 정책으로 일관했다.

특별치 않은 특별도 수정을

 특별자치도가 시행된지 12년이 됐으면 삶의 질도 그만큼 나아져야 한다. 하지만 도민들이 느끼는 삶에 대한 만족도는 겨우 38%에 불과(2018 제주사회조사 결과)하다. 10년이면 강산도 (화려하게) 변한다고 했는데 그동안 제주가 변한 것은 정체성 훼손과 삶의 질 하락 뿐이다.

 제주환경의 정체성이 무너지면서 제주인의 정체성도 함께 위기에 빠지고 있다. 빈곤의 정도와 차별은 심화되고 있고 동질성과 결속력, 상생의 정신은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제주 정체성의 상징인 대문없고, 도둑없고, 거지없는 삼무정신은 이미 옛이야기가 됐다. 폭력, 절도, 강도, 살인 등 강력범죄 발생비율이 높은 지역이 됐으며 사기, 무고 등 일반 범죄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민과 환경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원희룡 도정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제주’를 도정 슬로건으로 내건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원 도정은 구호 따로, 개발 따로 정책으로 질주하고 있다. 특히 원 지사는 지난해 말 반대가 압도적인 숙의형 공론조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을 허가했다. 도민을 배신했다는 일각의 비난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원 지사의 비민주적 독선행정이 가능한 것도 개발주도형 제주특별법이 존재한 탓이다. 올해는 제주특별법 시행 13년째다. 이제 특별하지 않은 특별법을 손질해야 할 때가 됐다.

제주다움 살려야 미래 있다

 사라져가는 제주다움을 살려야 지속가능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정체성을 회복하려면 박탈된 주민자치권이 복원돼야 한다. 행정시장 직선제는 또다른 형태의 개발독재를 낳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한 개인이 이끄는 도정은 유한하지만 도민의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욕구는 무한하다.

 원 지사는 제주의 환경을 더 이상 망가뜨리지만 않아도 성공한 도지사가 될 수 있다. 관광개발은 이쯤에서 접고 도민에게 기초자치권을 돌려주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제주도의회 역시 자신들이 독점한 대의가능을 기초의회에 환원하기 위해 의정을 결집해야 한다. 실패한 개발위주의 제주특별법의 존치는 제주인의 정체성과 환경의 파괴를 촉진해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을 유발하는 결과만 자초하게 된다. 원 지사와 도의회는 올해를 정체성을 회복하는 원년으로 삼아 제주의 가치와 미래가 보장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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